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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May 23. 2020

남의 집 강아지 고양이랑 놀아볼까? (고양이편)

 갤러리 주말 근무자는 나 혼자다. 갤러리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는 곳이 있는데 길 고양이 여러 마리가 와서 밥을 먹는단다. 나는 미술품 수시로 점검하기, 사람들 열 체크하기보다 고양이 밥 주기에 별을 다섯 개쯤 쳐놨다.

 자리 바로 옆에 창이 하나 있다. 창을 내다보면 고양이 밥과 물을 두는 곳이 있다. 물을 대야만 한 그릇에 담고 밥도 가득 채워준다. 고양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곳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고양이 밥 구역으로 간다. 출근을 고양이 밥 구역으로 하는 셈이다. 출근해서 보면 어제 채워둔 밥그릇이 텅 비었다. 퇴근할 때만 해도 가득했던 밥이 어디로 간 거지? 나는 점심시간, 잠깐 쉴 때, 퇴근할 때마다 수시로 갔다. 갤러리 순찰을 다섯 번 돌면 고양이 밥 순찰은 열 번쯤 돈다.

 퇴근하는 길.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 확인하러 갔다. 하얀색 털에 검은 점박이가 있는 고양이를 마주쳤다. 점박이는 나를 보더니 '꺄아아아악!!!!!!!!'느낌으로 털과 긴 꼬리를 곤두세웠다. 고양이가 그렇게 놀란 건 SNS에서 캡처본으로만 봤지 실제로 그렇게 털이 쭈뼛 서있는 건 처음 봤다. 나도 깜짝 놀라면 점박이만큼 티가 나는 편이다. 점박이를 보고 심장이 놀라 두 다리로 펄쩍! 뛰었다. 펄쩍 뛰는 나를 보고 더 놀란 점박이는 파바박! 줄행랑을 쳤다. 밥 먹는 애를 저렇게 도망치게 하다니 내가 참 주책이다 싶었다.

 점박이 말고도 자주 오는 고양이가 있다. 갈색, 하얀색, 검은색이 섞인 고양이다. 갈색이는 점박이보다 작다. 어느 날은 응애 하고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서 유리창을 내다봤다. 갈색이가 밥통 옆에 앉아 귀를 내리고 앉아 있었고 점박이는 그 앞에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갈색이를 위협하는 줄 알았던 점박이가 그대로 드러누웠다. 갈색이와 점박이가 빈 밥통 앞에서 사이좋게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개네들이 너무 무서웠다.

 두 컵에 고양이 밥을 잔뜩 담아 양손에 들고 갔다. 놀라게 하지 않으려 슬금슬금 걸어간다. 담배 피우다 들킨 청소년처럼 나를 의식하며 쓰윽 일어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갈색이는 호다닥! 점박이를 버리고 도망쳤다. 점박이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후다닥! 옆으로 달려 사라졌다. 억울했다. 나는 개네들 밥 통에 종이컵을 비웠다. 개네들이 멀리서 나를 지켜봤다. "비켜줄게. 이리 와서 먹어!" 건물 안으로 들어와 유리창 앞에 서서 밥통을 지켜봤지만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조그만 새우나 햄스터, 물고기, 거북이, 식물까지. 어떠한 생명에게 정을 주거나 돌봐본 적이 없다. 경험이 없어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를 어렵고 무서워한다. 파닥거리는 물고기에 손이 오므라지고 날지 않는 비둘기에 소름이 돋는다. 채사장 작가님이 스파이더를 이용해 꼽등이를 잡아 방생하는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그는 상자 하나를 들고 나온다. 그는 스파이더를 '인류와 곤충을 공존하게 하는 역사적 발명품'이라 설명한다. 벌레 잡는 스파이더를 고품격으로 표현한 것에 놀라고, 벌레와 공존한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나는 지금껏 벌레가 나타나면 열성적으로 죽이거나, 민들레 홀씨는 날아다녀야 한다며 발로 팍 차 버려서 홀씨를 날려버리는 괴팍한 애였다. 그런 내가 고양이나 강아지에 눈치를 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밥은 먹었나, 목마르지는 않나 그게 궁금해 기웃거리는 나는. 인간 외에 다른 생명과 같이 사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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