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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May 17. 2020

남의 집 강아지 고양이랑 놀아볼까? (강아지편)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란에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적었다. 주로 등장하는 건 '강아지', '스파게티'였다. 처음에는 스파게티를 적어 낸다. 아이들이 적어낸 설문지를 훑어보던 선생님이 말한다. "다미야. 스파게티는 먹는 거잖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적은 건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걸 다시 언급해주길 바래서 그랬다. 지독한 관심종자는 "아! 생각났다!"며 '강아지'를 적었다. 선생님이 "강아지가 되고 싶다고? 얼른 똑바로 적어봐." 한다. 반 아이들은 "와하하! 하며 최다미는 개가 되고 싶대!" 하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선생님 눈치를 살피고 '강아지'를 쓱쓱 지워 네모칸에 '선생님(우리 담임 선생님 같은 친절한 선생님)'이라 적었다. 선생님은 씨익 웃었다. 그 시절 나는 강아지와 스파게티를 사랑하는 지독한 관심종자였다.

갤러리에 출몰하는 고먐미와 지천이

 네이버에 강아지를 검색해 귀여운 사진을 구경했다. 웰시코기의 짧은 다리가 쫑쫑 걸어가는 영상을 보고 엄마에게 말했다.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 엄마는 반려동물은 전원주택에서 키우는 거라고 답했다. 안 그러면 민폐 가족이 된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에 쉬를 싸 냄새를 풍기는 윗집 개들을 떠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목줄을 잡고 산책하는 그 민폐 가족이 되고 싶었다. 그 후로 아파트는 지겹고 따분해서 못살겠다는 식으로 전원주택을 가자고 꼬드겼다. 엄마랑 아빠는 이사는 쉬운 게 아니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은 집 때문이 아니었을 거다. 강아지는 나에게 함께일 수 없는 유니콘 같은 전설의 동물이 되었다.

 맨날 남의 집 개, 친구 집 개를 소심하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좀 친해진 개들은 들어 안고 흔들며 "피코야 사랑해에에에~!!!" 하며 개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정도가 나와 강아지의 관계다. 요즘은 주말마다 출근하는 갤러리에 혼자 돌아다니는 지천이가 있다.

 지천이는 우리가 '개털'이라 말하는 갈색 개털에 다리가 아주 짧다. 중요한 건 무진장 귀엽게 생겼다. 나는 갤러리가 있는 산지천의 이름을 따 그를 지천이라 부른다. 지천이는 주인이 있는 것 같은데 맨날 혼자 돌아다닌다. 갤러리 앞 칼국수 집에서 주문을 할 때도 짧은 네 다리로 쫑쫑쫑 돌아다니는 지천이가 문 밖에 있다.

 칼국수를 얼른 비워내고 지천이를 만져보고 싶어서 그를 따라갔다. 지천이는 짧은 다리로 직진만 한다. 지천이 안중에는 내가 없나 보다. 달려가서 지천이 앞으로 갔다. 열심히 앞으로 가는 그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천이가 나에게 쫑쫑쫑 걸어온다. 다가오는 지천이에게 쓰윽 손을 댔다. 만지든 말든 지천이는 나를 지나쳐 직진했다. "대체 어딜 가는 거야." 직진하는 지천이 바짓가랑이 붙들 듯 엉기적엉기적 걸어가며 쓱쓱 쓰다듬었다. 지천이를 안고 흔들면서 "지천아 사랑해에에에~!!!"하고 싶은데 얘는 직진만 하니까 잡아 들어 못 걷게 하면 비호감이 될 까봐 못하겠다.

 어마어마하게 큰 개도 있다. 점심 먹고 산책하다가 우연히 본 개다. 아직 이름은 못 붙였다. 휴대폰을 열어 찰칵찰칵 찍었다. 작고 귀엽게 생긴 강아지인데 다가가면 악마처럼 짖는 애들을 많이 봤다. 얘가 악마처럼 짖으면 놀라서 뒤로 자빠져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나를 쳐다만 보길래 용기 내 다가갔다. 조용히 앉아있는데 그게 더 무섭다. 언젠가는 계란 노른자를 갖다 주고 싶다. 얘가 내 친구가 되면 폼나고 멋질 것 같다.


 갤러리 주말 근무자는 나 혼자다. 갤러리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는 곳이 있는데 길 고양이 여러 마리가 와서 밥을 먹는단다. 나는 미술품 수시로 점검하기, 사람들 열 체크하기보다 고양이 밥 주기에 별을 다섯 개쯤 쳐놨다.


* '남의 집 강아지 고양이랑 놀아볼까?'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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