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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Dec 11. 2019

제주대 감귤포장학과의 진실

있다? 없다?

제주대학교는 캠퍼스가 두 개다. 아라 캠퍼스와 사라 캠퍼스. 아라 캠퍼스는 종합 대학이고 사라 캠퍼스는 교육 대학이다. 모래 '사'를 쓴 사라 캠퍼스는 바닷가 앞에 있다. 종합 대학인 아라 캠퍼스는 공항 아래 아라동에 위치한다. 우리는 일만 명이 넘는 학생을 '일만 아라'라고 부른다. 일만 아라에게는 하나의 아픔이 있다. 이름하여 ‘감귤포장학과’다. 제주대학교라고 소개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웃으며 “감귤포장학과세요?”라고 말하거나, 진지하게 "제주대는 정말 감귤포장학과가 있나요?"라고 묻는다.


연세대 우유배달학과, 대불대 목탁 디자인과, 삼척대 오징어 심리학과, 치킨 대학교, 제주대 감귤포장학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있을 법한 루머가 떠돌았다. 이 중 대불대 목탁 디자인과와 BBQ에서 교육을 위해 만든 치킨 대학이 실존한다고 밝혀졌다. 목탁 디자인과와 치킨대학도 있는데 감귤 포장학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더욱더 붉어졌다.


한 사이트에 '제주대 감귤 포장학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감귤 사이즈에 맞게 동그란 원을 뚫어 만든 스티로폼과 퀄리티 높은 박스로 감귤을 포장했다. 제주대 감귤 포장학과는 정말 존재할까?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대학교 학생 유투버 와랑와랑이 나섰다. 여의도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제주대에 감귤 포장 학과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O/X로 답했다. '있다'에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은 "있을 것 같으니까 있다고 하지!", "포장이 중요해요.", "대불대에도 목탁 디자인과가 있잖아요.", "제주도니까!"라고 답했다. '없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궁금해서 입학처 홈페이지 찾아봤는데 없던데요.", "4년 동안 포장하는 것만 배울까요?"라고 언급했다. 조사 결과는 '있다'가 105표, '없다'가 54표로 나타났다.

출처 : 유투버 '와랑와랑' 영상 캡처

아쉽지만 제주대에는 감귤 포장 학과가 없다. 하지만 제주의 특색을 찾는다면 흥미로운 구석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캠퍼스 안에 '제주 올레길'이 있다. 도서관 옆길부터 캠퍼스 외곽으로 피톤치드가 터지는 길이다. 두 번째, 감귤관이 있다. 감귤이 자라는 것을 연구하는 곳으로 비닐하우스가 한 채 있다. 나는 일 학년 때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시간표에 '감귤관 B2-4 강의실'이 찍혀 당황했다. 감귤 포장학과의 루머가 왜 나왔는지 알겠다.


세 번째, 여름학기에 레저스포츠 수업이 열린다. 윈드 서핑, 오름 트레킹, 서핑, 스킨 스쿠버 강좌가 인기를 끈다. 수업은 교류학생을 신청한 타학교 학생과 함께 듣는데 일분만에 정원이 마감된다. 학생들은 기숙사에 2-3주 지내며 스킨 스쿠버 수업도 듣고 여행도 한다.


감귤포장학과에 다니냐는 사람들에게 "그건 비하 발언이에요."라고 마음속으로 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영문, 윤리교육, 수의학, 경영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감귤포장학과가 돼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그러나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색이 그만큼 강했기에 가능했던 루머 같다. 유투버 와랑와랑의 영상에서 감귤포장학과가 있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다고 느꼈다. 덕분에 날카로운 마음 하나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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