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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Dec 02. 2019

나의 서핑 입문기

찰나의 파도를 타기 위한 패들링

제주에는 서퍼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방학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타트업 기업 사장님은 머리가 복잡할 때 서핑을 한다고 했다. 서퍼는 의외의 곳에 또 있었다. 대학 내 안경점 주인아저씨다. 그는 서핑 크루 캡틴으로 문을 닫고 바다로 사라진다. 안경점은 깜깜한 조명에 '부재중. 연락 주세요'표지판을 달린 문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운영시간은 자주 바뀌었다. 비가 오는 날 아저씨는 하루 종일 손님을 맞고 날이 좋아 바람이 부는 날은 문을 늦게 열었다.


오랜만에 불 켜진 안경점 문을 열었다. "제가 눈 수술을 해서 청광안경이 필요해서요." 아저씨는 렌즈가 5만 원 정도며 주문 제작하기 때문에 3-4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빼곡히 채워진 안경 뒤로 서핑 슈트가 보였다. "그런데 여기 서핑복을 파네요? 서핑도 타세요?" 아저씨 눈이 번뜩였다. 그는 본인이 서핑 크루의 장이며 오늘 아침에도 파도를 타고 왔다고 했다. 우리는 서핑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서핑은 순전히 체험이나 놀이가 아닌 '익스트림 스포츠'임을 강조했다. 팔을 움직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서핑은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연습하고 파도를 타는 운동이며 위험성도 따라온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서핑에 입문했다.

수영복과 일상복이 뒤섞이는 제주의 여름 일상

첫 번째 서핑. 미친 듯이 즐겼으나 해파리에 물렸다.

서핑을 타기 위해 처음 찾아간 바다는 영국 남부 코널 해안이다. 이곳은 쉴 새 없이 파도가 밀려와 서핑지로 유명하다. 모래사장에서는 서프 보드로 미리 연습을 하고 바다에서는 파도를 즐긴다. 나는 초급자 코스를 선택했다. 알렉스는 서핑 매너와 패들링 하는 법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서프보드를 발목에 연결하고 바다로 나갔다. 파도가 강해 일어나기 어려워 엎드려서 탔다. 서핑보드는 파도를 가르며 전력질주했다. 인생의 재미를 맛보는 것 같았다. 강습이 끝나고 서프보드를 옮기는데 왼쪽 발에 감각이 없었다. 알렉스는 해파리에 물려 마비된 거라 뜨거운 물에 담그면 된다고 조언했다. 해파리에 쏘인 경험에도 서핑을 다시 하고 싶어 해변을 다시 찾았다.


두 번째 서핑. 파도가 자주 치고, 크게 부서지는 바다가 좋은 파도인가 보다.

제주 곽지과물해변에서 초급용을 또 들었다. 안전교육 후 바다에서 서핑을 타는 과정이었다. 안전교육에서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골절되고 머리를 보드에 박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 무서워서 조심하고 조심했다. 서핑을 타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파도가 약해 초급자인 내가 보드에서 일어나기 어렵지 않았다. 보드 위에 지탱한 두 다리는 제멋대로 흔들려 바다로 꼬꾸라졌다. 파도가 약하자 나는 다시 강한 파도를 찾기 시작했다.

세 번째 서핑. 할 뻔했으나 못하고 돌아왔다.

서퍼들의 성지.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났다. 덴파사르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데 서프보드가 여러 개 나왔다. 다들 서핑을 하러 발리에 찾아왔나 보다. 나는 우붓으로 들어가 요가를 하다가 바다로 나와 서핑을 할 계획이었다. 막상 숲으로 들어가 요가를 하는데 눈물 나게 행복했다. 요가를 하다가 가까운 길리섬에 잠시 머물렀다. 길리섬은 바다에 각종 물고기와 거북이가 있는 수족관이다. 매일 스노클링을 하다 결국 서핑은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영국에서, 제주에서, 발리에서 서핑을 찾는 입문자가 되었다. 일상에서 만난 제주의 서퍼들 덕분이다. 매일 바다를 보면서 파도를 탈 생각은 왜 못했을까. 제주의 숨은 서퍼가 되고 싶다. 중수를 지나 고수가 된다면 서핑 입문기에서 벗어나 서핑 팁과 함께 돌아오겠다.

인도네시아 발리 길리섬
제주바다에서 서퍼가 되기 위한 간단한 정보

[서핑과 패들보드를 즐길 수 있는 바다]
서핑 : 이호태우, 곽지과물, 중문색달, 삼양
패들보드 : 월정리, 협재, 함덕
* 서퍼들이 있는 바다는 파도가 있고, 패들 보드만 타는 바다는 수심이 낮고 잔잔하다.

[비용]
1회 체험 :  6만 원. 서핑복 대여 1만 원 추가.
정기권 : 보드 대여 무제한. 주 1회 1:1 강습. 서핑복 개인 지참. 성수기(6-8월) 30만 원, 비수기 2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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