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종로에 있는 코딩 학원에서 코딩 수업을 듣고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중 하나의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는 동원그룹 하반기 채용 결과 안내였다. 예정되어 있던 최종 발표일보다 3-4일 정도 빨리 결과가 나와서 문자를 받았던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면접 볼 때 허심탄회하게 내 이야기를 풀고 왔지만 내 이야기가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확실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보기 전 심하게 긴장되었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확인한 순간 다리에 힘이 확 풀려 주저 않을 뻔했다. 나는 16년 하반기 동원그룹에 당당히 합격했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
나는 동원에 취업이 되기 전 다른 회사에서 인턴과 같이 회사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도 기업에서 회사생활을 한 경험이 없으셨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업이라는 곳에 대해 나만의 기대와 로망이 있었고 수많은 전략과 토론 속에서 의사 결정되는 공간에 내가 합류되어 기여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어 왔다. 특히, 그 당시 TvN에서 '미생'을 방영하고 있을 때라 빨리 회사생활을 하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엄청났다. 입사 전날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당일 아침 첫 차를 타고 회사를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고마운 팀원
입사를 하고 공식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식, 엑셀을 다루는 법에 대해 미숙한 나는 선배들을 통해 하나씩 배워나갔다. Vlockup, Countifs, Sumifs를 대학생활 내내 써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회사 생활하면서 위 함수는 기본 피벗 테이블은 입사하기 전에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다. 모르면 1시간 이내 처리할 일도 야근을 하면서 처리하는 본인의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경영기획팀 소속이었기 때문에 직무 특성상 사업부의 운영방법 및 실적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했다. 정말 입사하고 6개월 동안은 배우는 데만 시간을 모두 소비했다. 그동안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던 대리, 주임님 그리고 항상 사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배려해주시는 과장님 마지막으로 츤데레처럼 챙겨주시는 부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회사의 분위기
1년 2개월 동안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보수적인 회사의 분위기와 수직적인 명령 구조의 일방향성이었다. 동원이라는 기업은 회장님께서 젊은 나이에 참치잡이 배를 타고 나가 참치를 잡는 것부터 시작한 뱃사람 문화라서 그런지 위계질서에 엄격하고 분위기가 딱딱했다. 특히 사장님실 바로 앞에 있는 우리 팀은 다른 팀들보다 더 그런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잘 웃고 다녔던 나에게 너무 잇몸이 보이면서 웃는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꾸중을 들었을 정도였기 때문에 상사에 눈치를 많이 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일방향적인 명령 구조도 처음 회사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짜여 있는 전략과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퍼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은 그 당시 회의감이 들었다.
10년 뒤 내 모습
이런 환경 속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나는 거울을 보면서 움츠려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고 10년 뒤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선배들과 타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답을 찾기 어려웠다. 반복되는 패턴과 지쳐하고 화가 나있는 내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꿈을 찾아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퇴사할 당시 마인드는 회사에 쏟은 내 열정만큼 공부한다면 다시 수능을 쳤을 때 서울대를 갈 수 있지 않을까 흔한 착각에 빠져있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를 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마다 영상 편집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고 천만 원의 자금을 모으고 2018년 2월 28일 사직서를 냈다.
그 당시의 내 행동을 돌아보며
퇴사할 때는 시원하게 퇴사했는데 이후 원하던 방향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후, 쿠팡에서 면접 볼 때 그 순간을 후회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와서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답변은 "아니다"였다. 물론, 어렵게 들어간 기업 내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경력도 쌓여 단절되지 않고 내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면서 기업 간의 문화를 비교하며 장단점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같이 생각해주고 고민해주는 멋진 멘토 선생님을 만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