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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Dec 13. 2021

왜 대박은 어느날 갑자기 터질까

너무 힘든데 쇼핑은 하고 싶어 (8)

 "어, 뭐야! 이거 대박이잖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보험 PD팀에서 연금저축 보험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보험은 일주일에 한 번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상품이었다. 아무래도 중요도가 떨어지는 보험이었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래서 담당 PD였던 나만 홀로 이런저런 연출 방식을 시험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계륵 같던 연금저축 보험이 소위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였다. 영문도 모른 채 수백% 의 효율을 기록한 나는 졸지에 이슈의 중심에 선 PD가 되고 말았다.     


당장 보험사와 보험 MD팀에서 난리가 났다. 편성 횟수를 일주일에 3-4회 정도로 늘리고 콜을 접수하는 센터도 바로 확장에 들어갔다. 그렇게 6개월 이상 대박의 기세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때의 운 좋은 영광이었지만 아직도 처음 대박이 터졌을 때를 생각하면 얼떨떨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대박이 터진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연금저축 보험은 기본적으로 일정 금액을 10년 이상 납입하면 은퇴 후에 매월 연금이 지급되는 형식의 보험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후자금을 위한 저축보험'이 주된 콘셉트가 되는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매달 몇십 만원씩 10년을 납입해야 하니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고객이 아니라면 쉽게 가입하기 어려운 보험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행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 찾아왔다.     

연금저축 보험의 보장내용 중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그전까지는 크게 강조하던 사항이 아니었지만 방송에 이런저런 변화를 주면서 그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보았는데, 마침 연금 저축이 직장인 연말 소득공제에 유리하다는 언론의 보도와 그 시기가 맞물렸던 것이다.     


물론 언론의 도움으로 얻게 된 대박이었지만 고객의 인식이 바뀌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가르침은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다.     


사실 연금 저축보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고객은 '그만큼 저축할 돈이 어디 있어', '연금은 국민연금이 있잖아'와 같은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고객들이 이 상품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소득공제 혜택에 대해 보도해주니 이 상품은 먼 미래의 이득뿐 아닌 당장 올해부터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테크 상품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세일즈 전략 이론에 의하면 고객들은 상품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정보와 비교, 분석한 후 제품의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식을 바꿀만한 명확하고 임팩트 있는 정보 제공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인식이라는 것이 늘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퍼지면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과 공급이 충분히 이뤄졌을 때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같을 수는 없다.     


결국 고객들이 대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세일즈를 위한 첫 단계이고, 그러한 것들을 재빨리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PD와 쇼핑호스트의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 대박 사건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PD가 그 해의 최고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보험 MD로 스카우트되어 몇 년간 그쪽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일에 충실하다 보면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어느 날 대박이 찾아온다는 교훈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보험이라고 해서 방송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런 행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대박이라고 부를만한 일은 아직까지 겪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언젠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운이 찾아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박을 맞기 위해  ‘남 의식 않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일’ 이 필요하다는 것 하나는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새해에는 모두 대박 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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