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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Jul 06. 2022

왜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매출이 증가할까

너무 힘든데 쇼핑은 하고 싶어 (6)

"여기 제로 콜라 없어요?"

"아... 제로 콜라는 없는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던 선배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 그게 왜 없어... 좀 갖다 놓지."     


식당에서 그의 불평 어린 혼잣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이 자그마한 식당에 제로 칼로리 음료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 상할 일일까 싶었던 것이다.     

     



최근 국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의 매출액이 2019년 대비 5배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맛을 구현하는 기술의 발전에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쓰는 풍토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사실 제로 칼로리는 이름처럼 칼로리가 완전히 제로는 아니다. 식약처 기준으로 100ml당 4kcal 미만인 경우 제로 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은 칼로리인 것은 맞으니까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고 싶은데 칼로리가 신경 쓰이는 사람은 제로 칼로리 음료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여기서 잠시 살펴볼 것은 우리가 제로 칼로리 음료를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인지부조화 상태를 겪는다는 점이다.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모순되는 인지 요소를 동시에 품게 될 때 인지적 불균형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이를 해소하여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선배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콜라를 마시는 것은 모순이라고 느꼈을 것이고, 제로 콜라를 마시면 그러한 모순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로 콜라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찡그림은 자기모순이 해결될 수 없음에 대한 불만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살다 보면 인지부조화를 겪는 일은 자주 벌어진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해주는 상품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담배의 유해물질을 어느 정도 없애고 담배 피우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전자담배, 나트륨을 줄인 햄, 몸에 좋은 기름으로 튀긴 프렌치프라이 등등.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다이어트를 할 거면 제로 콜라보다 물을 마시는 게 낫고, 담배를 안 피울 거면 전자담배를 피울게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안 피우는 게 낫지 않을까. 안 좋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덜 안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 또한 또 다른 모순이 되는 것은 아닐는지.     


물론 그러한 상품들이 꼭 안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한 행위가 자칫 자기 합리화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셨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안도감,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니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들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벌어진 일에 대해 남 탓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자기 합리화의 달인인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자기는 잘못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잘못임을 인정하는 행위는 모순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럴 때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면 그 모순이 매우 쉽게 해결되기에 그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책임전가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더 이상 속상해하지 말고 최대한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비겁자이거나,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타인이 겪을 아픔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우리나라의 제로 칼로리 음료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 쓰고 있다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음료를 마심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한다.     


제로 콜라의 매출 증진에 기여를 해왔을 그 선배는 일반 콜라를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물을 마시는 것으로 자신과 타협을 한 듯 보였다.     


하기사 콜라를 마셔야겠다는 마음만 없애면 애초에 자기모순이 생길 일도 없었을테니까.


찡그렸던 선배의 표정이 금세 편안해졌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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