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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r 13. 2024

누가 나의 댄스버튼을 눌렀나

호우 언니와 함께 호우!


다행히 담이 왔던 어깨에 평화가 찾아왔다.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다섯 글자

D.A.N.C.E


마법에 홀린 듯 내 손은 버튼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 터치했다. 댄스의 트레이너는 프로를 능가할 만한 그루브와 웨이브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먼저 배울 댄스를 한번 보여준 뒤, 동작을 하나씩 하나씩 나누어 가르쳐주었다. 한 섹션이 끝날 때마다 음악에 맞춰 연습한 동작을 빠르게 해 나갔다. 버벅거리며 한 템포씩 늦었지만, 누군가 나의 잠재되어 있던 댄스버튼을 누른 것처럼 짧은 시간에 불꽃이 타올랐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눈으로 본 춤은 금방 익혔고, 정확한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았다. 지극히 I 성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성당에서 축제가 있으면 매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라 댄스 열정을 뿜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 댄스버튼은 조금씩 잊혀갔다. 아이들과 동요 부르며 손짓하는 율동이 전부였다. 한 번은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는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춤추는 그녀들의 표정과 시선에서 오랜만에 전율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스우파 같은 댄서는 아니지만 거의 20년 만에 댄서의 느낌으로 ‘호우!’ 하고 외치는 트레이너의 박자에 온몸을 흔들었다. 예전과는 달리 몸이 뻣뻣하고, 곳곳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지금의 내 모습은 멋지고, 화려하기는커녕 영락없는 아줌마댄스를 추는 그냥 아줌마라 웃음이 났다. 그래도 기분을 좋았다.


트레이너가 수건을 가지고 나와 흔들어대면 나도 따라 흔들었고, 팝핀, 락킹과 같은 MZ 스타일의 춤을 가르쳐주면 흉내라도 내면서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서서히 호우 언니(내가 붙인 트레이너의 닉네임)의 댄스 매력에 빠졌고, 운동 그룹에 호우 언니를 소개했다. 그룹 친구들 역시 내가 표현한 그 ‘호우!’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댄스를 하는 날은 운동앱에 짜증을 내지 않았다. 에어로빅하듯 신나게 움직이고 땀을 흘렸다. 매일 댄스를 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가 가득한 날 한 번씩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댄스버튼은 내 몸 가장 가운데 자리 잡았다. 언제든 버튼을 누르고 흔들면 된다. 부끄럽지 않냐고? 집에서 혼자 흔들어서 괜찮다!


출처: NTC (Nike Training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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