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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Feb 28. 2024

헉, 헉, 살려주세요.

이것도 안돼? 이것도?


이제 전우도 생겼겠다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다.


3km의 조깅을 마치고 들어와 앱을 켰다. 일단 시작부터 무리하면 포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어 Beginner Level로 설정을 맞추고 근력 운동을 클릭했다. '코어 근력' 6분짜리가 하나 있다.


'그래. 6분만 일단 해보자.'


망설임 없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선생님이 나와 운동 자세를 설명해 주신다. 

'내가 꿈에 그리던 단단한 몸이다. 눈에 보이는 잔근육들이 생길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어려울 것 없이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두 눈동자의 깜빡임도 없이 선생님 자세에 집중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하네...
나... 왜...
안돼??



무릎을 펴고 땅에 손 닿는 것이 안된다.


손이 땅 가까이에 가지도 않는다. '휴, 일단 침착하자. 침착해!' 발목과 정강이 사이 어딘가쯤 매달린 손을 바둥거리며 따라 해 본다. 왜 손이 바닥에 닿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보지만, 의미 없다. 30초가 길게 느껴질 뿐이었다.


윗몸 일으키는 것이 안된다.


어린 시절, 체력장에서 1등급을 받던 내가 자신 있던 종목은 윗몸일으키기. 

그런데 막상 못 일어난다?! 누군가 내 발목을 잡아주면 가능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난다. 일어나려고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거리는 나 자신이 싫으면서도 너무 웃기다.


"풉! 깔깔깔깔 깔깔 깔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30초 동안 단 한 번도 윗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웃기다. 그 허탈함을 느끼는 사이 시간이 종료됐다. 그만하라던데도 간지러움을 계속 태울 때, 웃기면서 화가 나는 그런 느낌이랄까, 너무 허무했다.



플랭크가 안된다.  


플랭크 자세를 잡고 버티기 시작하자마자 온몸이 떨려온다. 처음에는 살살 떨려오다가 시간이 갈수록 떨리는 반동범위가 커진다. 바들바들, 부들부들 떨린다. 또 나 자신이 싫어지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풉! 깔깔깔깔 깔깔 깔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또 바닥에 쓰러지며 웃음이 터졌다. 이 웃음소리에 아이들이 재미있는 일이 생긴 줄 알고 우당탕 거리며 달려왔다.


"엄마! 왜 웃으면서 울어?" 둘째가 물었다.

".............................." 대답할 힘조차 없다.



한 발 균형 잡기가 안된다.


오른쪽 다리로만 균형을 잡는 것은 된다. 하지만 왼쪽 다리로만 서있으려고 하면 앞으로, 뒤로, 깡충깡충, 흔들흔들 춤을 춘다. 분명히 거실 중앙에서 한 발 서기를 시작했는데 껑충껑충 중심 잡다 보니 TV 앞까지 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팔 굽혀 펴기가 안된다.


무릎을 땅에 닿고는 팔 굽혀펴기가 가능하지만 무릎을 펴는 정식 자세로는 팔이 굽혀지지 않는다. 팔을 굽혀서 운동하기에 이름이 '팔 굽혀 펴기'인데 팔이 안 굽혀지다니...


선생님은 쉴 틈도 없이 숫자를 세면서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신다.


못… 버티겠어요…


내 말을 듣기라도 하신 듯 선생님이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악, 못하겠어! 살려주세요… 헉… 헉…


바닥에 쓰러지며 애원하듯 마음의 소리를 내뱉었다. 울고 싶었다. 내 몸이 이 정도였다고? 충격과 좌절에 휩싸여 한동안 숨만 헉헉 거릴 뿐, 일어나지 못했다.


그냥... 포기할까?

내 목표를 향해 단 한 발자국 내디뎠을 뿐인데, 나는 벌써 포기를 생각하게 됐다.


모두의 숙제,
다 같이 운동하는 것이 숙제,
5개 다 안 되는 30대는 오늘 술래.



이런걸 영혼 가출이라고 하죠.


운동을 꾸준히 했을지, 포기했을지, 다음 주 수요일 연재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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