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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r 06. 2024

결국 그분들이 같이 오셨네!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어깨 담



'팔 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이름에 걸맞지 않게 팔도  굽히고, 윗몸도  일으키는 한 주를 보냈다.(이전 글 참조)


시간이 갈수록 운동하기가 싫어졌다. 마음이 플랭크 할 때의 떨림처럼 흔들렸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아니,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지금이라도 그만할까?' 나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두둔하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변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회사도 가고, 글도 써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

’ 아프다고 얘기하고 운동 그룹에서 나올까?‘


하지만, 변명은 변명일 뿐이라 그럴싸하면서도 타당한 이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야, 이번에도 포기하면,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결국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다시 하자.‘


인생극장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포기'와 '도전'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래! 결심했어!


실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 하나뿐이었다. 완료된 운동을 캡처해서 보내야 하는 운동 그룹과의 약속이 있기에 그냥 다시 일어섰다. 다음 날. 그다음 날도 하기 싫은 마음을 애써 모른 척 외면하며 머뭇머뭇 운동앱을 켰다.


하루는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한쪽으로 쭈욱 뻗어 스트레칭하는 자세가 나왔다. 팔을 늘려 상반신 스트레칭을 하는 자세인데 쭈욱 뻗었다가 팔을 접는 순간, 어깨 아랫 부근에서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악!


짧디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어깨를 부여잡고 흘러내리는 슬라임처럼 바닥에 주저 않았다. 근육의 뻐근함과 찌릿함, 마비된 듯한 고통이 하나로 밀집되어 몰려왔다.

 

드디어 오셨다…그분. 어깨의 담!


워낙에 뻣뻣한 몸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 한 번은 담이나 쥐가 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날이 오늘일 줄이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하…


한숨이 나왔다. 여전히 트레이너의 숫자 세는 소리는 활기차게 온 방에 퍼지고 있었다. 한쪽만 겨우 움직이듯 반쪽짜리 운동을 가까스로 마치고 파스를 찾았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한국에서 택배로 받았던 붙이는 파스는 똑 떨어지고 없었다. 바르는 파스를 찾아 어깨와 목 부근에 치덕치덕 발라 문질렀다. 파스향이 코 끝에 진하게 퍼졌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요 몇 주 몸 좀 움직였다고 담에 파스라니!


한쪽으로 목을 기울이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면서, 조금의 움직임에 담이 온 것이 주책스러우면서, 그래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이 기특해서 웃음이 났다.


나의 이런 몸 상태가 믿기지 않지만, 아이를 출산한 후로 운동다운 운동은 한 적이 없으니 체력이 바닥을 뚫고 지하세계 어딘가에 붙어있었을 것이다. 그 체력이라는 녀석을 줄에 묶어 다시 올리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무겁지만, 나중에는 도르래를 건 듯 속도가 붙어 올라오겠지.


'그때쯤 되면 쭉쭉 유연하고, 단단한 근육으로 몸이 만들어져 체력이 좋을 거야. 자신감도 생겼겠지. 병뚜껑도 남편 없이 혼자 돌려 딸 수 있어. 팔 굽혀펴기도 제대로 될 거야. 윗몸도 일으켜지겠지. 별 무리 없이 마트에서 산 쌀을 들고 오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말고, 운동을 계속하자.' 아름답게 펼쳐질 나의 잔근육 가득한 모습을 상상하며 다짐했다.


다행히도 나는 운동을 매일하고 있으며, 며칠째 어깨에 발랐던 파스는 다시 서랍장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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