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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Jul 06. 2024

나의 영어레벨은 어느 정도?

뭣이 중헌디


해외에서 6년째 살고 있는 나의 영어실력은 얼추 ‘Intermediate’ 레벨이다. 얼추라고 표현한 이유는 공인영어시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Beginner에서 Advanced의 중간레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레벨이면, 혹여 단어가 기억 안 나거나 틀린 문법을 내뱉어 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문, 학교 엄마들과 스몰토크, 선생님 상담, 일반 병원방문정도 가능하다. 6년이나 살았는데 고작 그 정도 수준이야?라고 묻는다면 할 말 없다. 30대 초반에 아이들을 안고 정착했기에 20대 친구들처럼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 나의 상태: 경력단절 10년, 영어 중간 레벨. 이 나라 문화도 완벽히 모름.


하지만 나의 꿈은 이곳에서 취업, 외국인노동자가 되는 것이었다.


'면접 보러 갔다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면 어쩌지?',

‘아니야! 그래도 할 수 있어. 지금까지의 한국 경력이 있는데?!’,  

'아니야. 이 상태로 취업을 어떻게 해. 영어공부나 더 하자...'

다중이처럼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루에도 10번씩 다른 결심을 했다. 첫 한 발을 내 딛기가 어찌나 무섭고, 두려운지 꽤 오랜 기간을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 긴 기간에 지쳐 무너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안 되겠어! 이 영어 수준에 취업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면접을 보고 생각해 보자! 수준이 되면 붙고, 안되면 떨어지겠지, 뭐.’라고 쿨한 척 결심했다.


하지만!

완벽주의 성격인 나는 공들인 이력서를 덜덜 떨며 전송했고, 면접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모른다.


수십 번의 이력서 제출과 면접. 그 과정 중에 나 자신을 넘어서는 용기와 이 정도 레벨이어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확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렇게 나는 지금 영어 중간 레벨 어디쯤에서 키위들을 상대로 일을 하고 있다. 주 5일 40시간 전. 후

고객의 말을 100% 다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눈치뉘앙스를 통해 가벼운 대화면 웃어넘기고, 중요한 순간이면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이 레벨로 이곳에 사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같이 일하는 20대의 어린 친구들과 나 자신이 비교됐고, 내 영어 발음이 부끄러웠다. 혹여나 한국 망신시킬까 싶어 약속이나 규칙도 잘 지켰다. 그런데 지금은 부끄럽지 않다.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이렇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이곳 생활이고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일하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계산기를 가져와 숫자를 보여주고, 쉬운 단어와 바디랭귀지로 표현한다. 그럼 충분히 대화가 된다. 우리의 이런 모습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서로 마주 보고 웃기도 한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뜻으로 내가 영어에 자유롭지 못한 이방인이기에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준다. 키위들도 나에게 마찬가지이고.


나는 그렇게 외노자로서 매일 영어로 대화하며 살고 있다. 결국 영어 레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일도 잘 해낼 수 있다.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이제부터 연재를 해 나갈까 한다.


영어공부보다 더 중요한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하나씩 찾아가는 노력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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