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점보다 잘하는 점을 살리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딱 떴을 때!
중간레벨의 보통 영어를 넘어 '짠!'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하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일은 없고, 무엇이든 충분한 시간이 걸리는 법.
영어 수준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그 시간 동안 말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매장 디스플레이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한다. 아, 모든 사람들이 예쁜 것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정리하고 꾸미는 것에 특히나 진심인 편이다. 어려서부터 내 방, 가방, 핸드폰 케이스,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고, 집에 액자를 그려 걸거나 직접 페인트를 사서 가구를 칠하곤 했다.
내가 다니는 주얼리 샵 매장 입구에도 제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장님께서 디스플레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허락해 주셨고, 나에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주얼리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겼다. 다양한 디스플레이 유닛을 가지고 높게, 낮게 때로는 넓게, 좁게 다양한 방법으로 진열을 시도했다.
눈에 띄는 사이즈의 제품과 제일 잘 나가는 베스트 제품은 양쪽 테이블 가운데 하나씩 배치한다. 아무래도 중앙에 있는 제품에 시선이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따로 걸려있던 세트 제품은 나란히 진열해 부피감을 살리고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두었다. 사이드에는 작은 사이즈의 제품을 2-3개 같이 진열하거나 전혀 다른 디자인을 배치해 눈에 뜨이게 했다.
디스플레이를 바꾸면 새로워진 분위기가 눈에 뜨이기 때문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밖에서 그 제품을 유심히 보거나 물어보는 사람, 실제로 들어와 착용해 보고 구매하는 고객등 반응이 눈에 보이면, 그 기분은 "캬!"소리가 절로 나오는 짜릿함 그 자체이다. 그냥 보다가 가려는 고객들에게는 '미소'를 한 국자 잔뜩 머금고 들어와서 구경하라며 권유한다.
주말을 포함한 일주일정도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디스플레이의 반응이 좋으면 1-2주 더 진열해 놓고, 반응이 별로일 경우에는 또 다른 스타일로 바꿔갔다.
디스플레이는 나에게 영어를 넘어서 판매율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놀이였다.
매장 청소
매장을 오픈하고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면, 청소를 시작한다.
방정리는 기본이요, 집 대청소까지 청소 경력만 30년인데 무엇이 어렵겠는가. 자고로 내가 있는 공간은 깨끗해야 일도 잘 풀린다는 옛날 마인드의 아줌마라 매일 아침 매장을 청소한다.
매장 테이블과 진열대, 특히 거울을 깨끗하게 닦는다. 그리고 바닥에 청소기를 돌린다. 좁고 깊은 안쪽과 매장 유닛 사이사이는 청소기를 작은 부품으로 바꿔 끼운 후 먼지를 빨아들인다.
매장 앞에 서있으면서 자주 오가는 직원들과 친해지기 마련인데 건물 청소관리인과도 스몰토크를 하며 친해졌다.
어느 날은 매장 바닥에 무엇인가 묻어 끈적거리길래 물걸레를 빌려 바닥을 닦기도 했다. '우리 매장 바닥 좀 닦아줘.'라기보다 '매장 바닥 닦을 물걸레를 좀 빌릴 수 있어?'라고 묻자 젖은 물걸레, 젖은 바닥을 한번 더 훔치는 마른걸레, 미끄럼 방지 안내판 등 다양한 도구를 빌려줬다. 처음에는 마른걸레를 내 손에 쥐어주길래 '이건 물걸레와 뭐가 다른 걸레야?'라고 묻기도 했다.
내가 어렸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내가 세일즈 어시스턴트하러 왔지, 청소하러 왔나? 내가 청소까지 왜 해? 월급을 더 주면 모를까.‘라고.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이해하다 보니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배려와 여유가 더 생긴 것일 뿐이다.
내가 못하는 점(영어실력)을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잘하는 점을 살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내가 이곳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회사생활을 잘 마치고, 아이들의 엄마로 돌아와 함께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