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년 동안 번역이 필요했던 순간마다 글을 남겼다.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정보성 글도, 공감을 끌어내려는 글도 아니었다. 그저 남편과 나의 사적인 대화 속에서 서운할 수도 있는 말들을 ‘번역’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것이었다.
의외로 이 글들이 내가 쌓아둔 브런치 글 중 가장 많은 조회수와 관심을 받았다. 인기가 높아지니 가끔은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어느 날, 소파에 누워 있던 남편이 핸드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 내가 글 쓰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내 글을 보고 있는 줄 몰랐다. 그는 [남편말 번역가] 글이 담긴 핸드폰 화면을 내밀며 물었다.
“큭큭, 이거 내 얘기야?”
“응. 근데 당신 불편하면 지울 수도 있어. 남편이 너무하다, 불쌍하다 이런 댓글도 달리거든.”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전혀 상관없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게 든든한 응원, 아니 무심한 무관심 덕분에 2년 동안 번역기를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글을 올해 브런치북으로 발간하기 위해 수정작업을 거쳤다. 덕분에 우리 부부의 대화와 일상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다.
돌아보니, 우리는 감정적이고 유쾌한 아내와 무뚝뚝하지만 현실적인 남편의 모습이었다.
머릿속에서 번역기를 돌려 긍정적으로 번역하는 아내 덕분에 큰 소리 내며 싸운 적이 많지 않았고, 현실의 화살을 툭툭 던져주는 남편덕에 감정에 깊어지지 않고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 다르고 달라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모습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의 평범한 일상 안에서 작은 웃음과 사랑도 발견했다. 투닥거림 속엔 관심이 묻어 있었고, 짧은 말 한마디에 질투와 애정이 숨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부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특별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사소한 웃음, 짧은 대화, 작은 깨달음 하나가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내일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10년, 30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큰 소리가 날 때 큰 소리로 맞받아치기보다, 한 번쯤 번역기를 돌려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길 수 있길.
우리의 일상이 미간에 주름이 아니라 미소로 빛나길.
서로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 그 속에서 웃음을 찾을 때, 사랑은 더 깊어진다.
나의 남편말 번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