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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Oct 13. 2019

뉴욕 노인 문화_뉴요커들은 왜 늙지 않는 걸까 (2)



세계적인 명문 대학 줄리아드 학교에서는 매년 약 700회 이상 공연을 열고 그 가운데 유료 공연도 있지만 여전히 무료 공연이 많고, 일부 공연은 표가 없이 공연을 볼 수 있고, 좀 인기가 많은 공연은 공연표를 요구하고 미리 주문해야 한다. 예전과 다르게 장학금 등 여러 이유로 예산을 확보하려고 무료 공연이라도 점점 미리 공연표를 주문하는 제도로 바뀌고 있고, 인기 많은 공연의 경우 미리 표를 배분하니 아주 빨리 구입하지 않으면 공연을 보기 어렵다. 매년 새해 체임버 뮤직 축제가 열리는데 나 역시 올해 너무 춥고 다른 복잡한 일로 미리 서두르지 않아서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전부 매진이라고 나왔다.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예산 문제로 무료 공연 일지라도 미리 주문해야 하고 기부금을 내라는 것도 있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난 할머니도 계시고 그분은 학생들 이름을 거의 기억할 정도며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기억을 하신다. 음악을 아주 사랑한 할머니는 10세 경 이민 변호사 삼촌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에 이민을 와서 공부하고 일하고 퇴직 후 지금은 노후 생활을 즐긴다.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와 메네스 음대와 뉴욕대에 가서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을 감상하신다.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은 뉴욕에서 나보다 훨씬 더 오래 거주했지만 잘 몰라서 할머니에게 알려주니 고맙다고 하셨다.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자주 만나는 할머니가 계신데 나이가 거의 90세에 가깝다고. 멋쟁이 할머니는 멋진 차림으로 줄리아드 학교에 자주 오셔서 공연을 보고 어느 날 프로그램을 보며 "이건 내가 100번도 더 들은 곡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음악 사랑이 대단한 그 할머니를 여름에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나움버그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도 만났다. 연세가 있으니 거동하기 아주 쉽지 않으나 공원까지 찾아와 공연을 볼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줄리아드 학교 댄스와 오페라와 연극 공연은 거의 유료가 많고 어느 날 자주 만난 70대 할머니로부터 공연 표를 받아 댄스 공연을 보러 갔는데 화장실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가 "오늘 밤 너무 행복해요. 그렇지 않은가요? 댄스 정말 멋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냥 댄스 공연을 보는 수준이 아니라 공연을 즐기는 분이 많다. 

줄리아드 학교는 명성 높아 공연을 보러 온 다양한 분도 만나고 우연히 그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콜롬비아 대학원을 졸업하고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거주하는데 성가대 오디션에 낙방하셔서 줄리아드 학생에게 성악 수업을 받으려고 줄리아드 학교에 오셔 일반인에게 오픈하는 무료 공연이 열린 것을 알았다고 하셨다. 은퇴 후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며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서 성악 레슨을 받는다고. 70대 할아버지가 취미로 성악 레슨 받는 것은 한국과 정말 많은 차이가 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하신 분은 현재 콜롬비아 대학 병원에서 일하시는데 작년 가을 줄리아드 학교에서 만났다. 바이올린 대회였나. 학생들 연주 실력이 모두 뛰어나고 비슷비슷해서 놀라 대기실에서 누가 1등을 하나 하면서 기다리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한다고 하시며 병원에서도 매일 환자들 방에 가서 직접 보고 확인한다고 하니 아메리칸 정신이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커뮤니티를 위한 특별 공연을 열고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수요일 오후 1시경 가끔 열린다. 이 공연은 표가 없이 입장할 수 있다. 객석에 앉은 대부분 사람들이 백발노인들이다. 노인들의 공연 예술 사랑이 정말 뜨겁다.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 참가자 가운데 역시 노인들이 많고  뉴욕 공립 도서관과 살마군디 클럽에서 열리는 책 토론도 마찬가지다. 소호 하우징 웍스 북 클럽 근처에 있는 뉴욕 공립 도서관에 서 "파크 애비뉴 영장류"에 대한 토론 수업이 열렸는데 책을 읽지 않고 방문했는데 책을 읽고 왔냐고 해서 조금 난처했지만 앉아서 다른 사람 하는 이야기를 조금 듣게 되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는 그야말로 초상류층이 거주한다고. 그곳에서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분이 참가하셨는데 너무 부자니 그들의 삶은 보통 사람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학부형들이 교사들에게 아주 친절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이길 클래스 별로 다른 삶이 존재한다고 하며  어퍼 이스트사이드 삶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매일매일 축제가 열리는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바다다. 무료 축제도 정말 많이 열리고 뉴욕 시 공원에서 열리는 찰리 파커 재즈 축제와 서머 스테이지 축제 등에 찾아온 사람들 상당수 역시 노인층이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와서 공연을 보고 즐기고 친구끼리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Out of Doors Festival)와 미드서머 나이트 축제 Midsummer Night Swing Festval에 가도 역시 많은 노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음악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지 느낄 수 있다. 

뉴욕대의 경우 이태리 이민자들이 자주 공연과 이벤트를 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공연 수준이 아주 높다. 방문자 대다수 역시 노인들이고 클래식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긴다. 회원제를 운영하고 일부는 회원만 볼 수 있으나 회원이 아닌 경우에 공개하는 일부 행사도 있고 언제나 악센트 강한 이태리어가 들린다. 


맨해튼에서 열리는 '첼시 오픈 스튜디오'에 가면 화가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들 역시 상당수 나이 든 분이 많아서 놀라곤 한다. 백발이 된 노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작품 전시회를 연다. 의사로 지내다 50세에 커리어를 바꿨다고 하는 분도 만났다. 그분은 내게 무얼 하냐고 묻고 그림 좋아하면 지금이라도 그림을 그리라고. 명성 높은 화가를 배출한 아트 스튜던츠 리그 학교(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 가도 마찬가지다.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노만 록웰, 로버트 라우젠버그, 조지아 오키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명성 높은 화가를 배출한 곳인데 그림 수업을 받는 분 가운데 노인들이 아주 많아서 놀라곤 한다.

카네기 홀에 가면 자주 만나는 몇몇 노인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 러시아 출신도 꽤 많고  러시아 사람들의 음악 사랑이 특별함을 느꼈다. 평범한 의상을 입고 자주 카네기 홀에 공연 보러 오신 할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뉴욕에 이민 오셨다고 해서 놀랐다. 또, 카네기 홀에서 만난 노인들은 가끔 링컨 센터에 가서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본다고 하셨다.

우연히 오래전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근처에 있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브롱스에서 온 80세 할머니를 보고 많이 놀랐다. 난 댄스를 직접 할 거라 생각을 못하고 어찌 수업이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방문했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댄스 수업을 받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서 그림 그리는 자넷 루텐버그 화가 


그뿐만이 아니다. 매년 여름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넷 루텐버그 화가분이 계시다. 거의 90세 정도라 하는데 의자 하나 없이 서서 장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다. 그 화가 분 남편은 돌아가시고 지금은 가정부랑 함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나 건강한 모습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곱디고운 노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왼쪽 니콜라스 만 아드님, 오른쪽 로버트 만 교수님 , 95세 맨해튼 음대에서 챔버 공연 볼 적 사진 

얼마 전 저세상으로 가신 분 Robert Mann이 계시다. 오리곤 주 포틀랜드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나중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고 줄리아드 스트링 쿼텟을 설립한 창단 멤버다. 미국에 체임버 뮤직을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고 백악관 등에서도 연주를 했고 매년 연초 맨해튼 음대에서 로버트 만 체임버 뮤직 마스터 클래스를 열곤 하셨다. 항년 97세로 세상을 떠났고 2년 전 맨해튼 음대에 가서 뵐 때 상당히 건강이 안 좋게 보였으나 학생들 공연을 보러 아드님 니콜라스 만 교수님과 함께 오셨다. 그때 나이 95세였다. 

그 외 링컨 센터에서 오페라와 뉴욕 시립 발레와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보러 가면  노인들이 많다. 뉴욕 노인 문화가 한국과 많이 다름을 느낀다. 비록 백발이라도 마치 학생처럼 늘 책을 읽고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겉치레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배우면서 공연 예술을 즐기는 뉴욕 노인 문화를 피부로 느낀다.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유언에 왜 평생 돈 버는 것에 그리 많은 열정을 쏟았는지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돈은 살 만큼 적당히 있으면 되는 것인데 세상을 하직하고 떠날 때 가지고 갈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이라고 표현하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아픈 환자들이 누워 있는 병실 침대라고 했다. 물질적인 것들은 잃어버려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인생은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다고. 그가 그토록 많은 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세상을 떠났고 부를 가져갈 수 없었다. 


생은 아주 짧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정부에서 좋은 문화 환경을 만들고 노인 복지를 위해 더 많은 애를 써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시민들 의식 또한 겉치레에 신경 쓰기보다는 여가를 즐기는 문화생활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트 분관 클로이스터스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보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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