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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Oct 15. 2019

뉴욕 플러싱 한인 타운과
나의 추억 (2)

 


초기 정착 시절 플러싱에 오면 한인이 운영하는 '김가네' 분식집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돈가스와 김밥 등 간단히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아들이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고 플러싱에 돌아오면 배가 고파 한인 식당 '산수갑산'에 들려 식사를 하곤 했다. 문득 그 무렵 추억도 떠오른다. 

플러싱 공용 주차장에 세워진 '플러싱 커먼스'

지금은'플러싱  커먼스'가 세워진 공용 주차장에 대한 추억도 떠오른다. 연구소 근무 시절 뉴욕에 눈 폭풍우가 휘몰아쳐 운전하기 너무 힘들어 롱아일랜드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려야 할지 말지 고민을 했다. 잠깐 공용 주차장 옆 파리바게뜨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가로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했지만 마음 안은 갈등이 번졌다.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도 좋을 듯하나 호텔 숙박비도 저렴하지 않고 결국 눈 내리는 도로를 운전하고 달렸다. 심장이 덜덜 떨렸다.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사는 곳이 바로 뉴욕.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 와 파슨스 블러바드 교차로 부근 한인 마트


가난한 이민자들의 삶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한인 마트. 지금은 미국에 아주 많은 지점이 오픈했다고 하나 플러싱에 있는 H Mart는 한국 서울 백화점과 분위기가 극으로 다르다. 

뉴욕은 다인종이 거주하는 도시이니 문화면은 발달되어 좋으나 비싼 생활비와 렌트비로 인해 경제적인 면은 힘들고 팁 문화가 발달한 곳이니 가난한 자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심지어 한국은 포장 이사가 오래전부터 발달했으나 뉴욕에 사는 상당수 사람은 포장 이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편이다. 

과거 70년대 한인 이민자들은 맨손으로 경제적 기반 없이 뉴욕에 와서 힘든 육체노동을 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나 요즘은 경제적 기반이 있는 사람들이 이민을 와서 사는 분도 있다. 또,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층이 뉴욕에서 화려한 삶을 개척하는 분도 있다. 소수 능력 많고 재력 많은 분을 제외하고 이민자들은 한국보다 더 힘겨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는 편이다. 


갈수록 렌트비는 올라가니 힘들어 작은 공간에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는 곳도 많다고 하고 플러싱 렌트비도 점점 인상되니 플러싱 보다 더 저렴한 브루클린과 브롱스로 이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참 씁쓸한 소식이다. 

조기 유학 열풍으로 일찍 미국에 와서 엄청난 유학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한 경우라도 그 가운데 미국에서 남고 싶지만 비자와 신분 문제와 직장 문제로 미국에 남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간 유학생이 대부분인 지금의 미국 현실. 


과거와 너무나 다르고 갈수록 이민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유학생들도 좋은 직장 구하기 너무너무 힘든 세상이다. 비록 직장을 구했더라도 스폰서 해 줄 직장을 찾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고, 비록 스폰서 해 줄 직장 구할지라도 이민국에서 거절하면 미국에 남기 어려운 현실. 


한국이라면 비자 신분 문제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왜냐면 그냥 주어지기에. 뭐든 경험해야 안다. 외국에 오면 영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지금 미국은 과거 시민권을 받았을지라도 서류 조작으로 받은 경우라면 시민권을 취소하고 추방하는 정책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여행과 이방인 나라에서 삶은 너무나 다르다. 돈 많은 귀족층이 멋진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 가면 모두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면 역시 오산이다. 이민자의 나라 다인종이 거주하는 뉴욕처럼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 다리가 전부라고 착각하면 안 되듯이 이민도 마찬가지다. 지인이 미국에 가서 잘 살면 미국에 가면 모두 잘 살구나,라고 착각하는 분도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 유학 가면 모두 성공한다고 착각하는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 후도 미국에 남지 못하고 한국에 가는 학생도 많은데 무슨 말씀. 


한국에 돌아가도 각각 삶이 다르다. 태어난 나라에서 삶이 어려우면 이방인 나라에서 삶은 얼마나 가혹할까. 언어 장애와 신분 문제가 너무나 큰 장벽이다. 단 능력 많은 분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으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도시는 없을 테고 어느 도시든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뉴욕 문화와 더 잘 맞는 사람은 뉴욕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뉴욕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자본주의 나라 미국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자본주의' 단어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곳이 바로 뉴욕 아닐까.

땡볕 아래 걸으며 사진을 담다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와 파슨스 도로가 만나는 근처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사에게 뉴욕에 온 지 몇 년이나 되었냐고 물으니 30년이 지났다고. 뉴욕에 와서 뉴욕에서만 살고 계시다고. 다른 일에 종사했으나 마음대로 안 되니 지금은 택시 기사를 한다고.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물으니 경기가 안 좋고 세상 어디나 빈부 차이가 심하고 뉴욕은 갖지 않은 자가 살기 힘든 도시라고. 가난한 이민자들은 눈물을 먹고사는 거 같다. 

혹시 이민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러싱이든 뉴저지든 미리 방문하고 이민자들에게 지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최소 6개월 내지 1년 정도 머물면서 힘든 이민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한다. 뉴욕 여행자 경우라도 한인 커뮤니티를 보면 느낀 게 많을 것이다. 맨해튼 한인 타운이든지 플러싱 한인 타운이든지 방문하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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