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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10. 2018

경험과 미국 인턴십 문화  

미국에서 인턴십 경력은 아주 중요하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턴십 경력이 필수다. 어느 곳에서  무얼 배웠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설혹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인턴십 경력이 없으면 좋은 직장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해도 풀타임 직장은 반드시 구한 것도 아니고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도 돌아간 지인 아들도 있다.

직장을 구하려면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는데 아무 곳에 두 가지 서류를 보낸 게 아니다. 직장마다 그 직위에 맞는 조건이 제시되어 있고 그런 조건이 맞아야 서류를 보낸다. 그래서 수 백 개의 이력서를 보낸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1차적으로 자신의 조건에 맞는 직장을 찾는 것 또한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저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물론 수 백 개의 이력서를 보내면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오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는 직위에 맞는 사람을 구한다.


뉴욕과 보스턴에서 좋은 직장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인턴십 구하기도 마찬가지. 학교 성적과 추천서와 이력서 등을 보내고 이력서에는 자신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적는다. 모두 좋은 직장에서 인턴십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이 있는 경우도 좋은 직장 구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더 복잡하다. 비록 좋은 곳에서 인턴십을 구하더라도 그 후 준비할 서류가 있고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민을 오게 되면 영주권이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아주 크게 느낀다. 특히 좋은 직장 구하려면 스폰서가 필요하다. 직장 구하기도 어렵고 스폰서 해준 곳은 드물고 그래서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도 경험하지 않으면 남의 일이고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야 이해가 더 빠르다.

경험이 주는 선물은 비단 인턴십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아니다. 우물 안에만 사는 개구리는 자신이 본 하늘만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본 우물 깊이만 깊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경험한 세상 안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고 파악한다는 말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다 남의 일일뿐만 아니라 오해도 한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 판단하고 느끼니 오해를 할 여지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이 얼마나 힘든지 수험생이 아닌 자가 알기 어렵고, 결혼의 의미가 뭔지 결혼을 하지 않은 자가 알기 어렵고, 결혼을 했더라도 배우자가 서로 맞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결혼에 대해 다르게 느낄 것이고, 결혼을 해서 사회적 신분과 부를 동시 얻는 경우는 남들이 결혼으로 힘들다 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결혼을 했더라도 자녀를 출산해 자녀를 기른 경우와 자녀를 출산하지 않고 지낸 경우는 많이 다르다. 엄마의 역할이 뭔지 경험하지 않으면 역시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부자가 가난한 자의 삶을 이해하기 어렵고 가난한 자 역시 부자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운명적인 일을 경험한 사람과 아닌 것 또한 차이가 아주 클 것이다. 경험이 주는 이해가 얼마나 다르고 큰지 알면 알수록 놀랍다. 

인간은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알게 되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책에서 결코 배우지 못했던 것을 세상에서 체험하면서 하나씩 배우게 된다. 삶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삶은 리허설이 없고 우린 수많은 실패를 할 수도 있다. 실패를 한 경우 왜 실패를 했는지 알게 된다. 

아들 역시 이민 초기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무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데 엄마 눈에는 아들보다는 다른 학생 행동이 아주 여유롭게 보여 놀라서 아들에게 물었다. 그 학생은 무대에 올라 웃으면서 여유를 부리던데 하면서. 나중 알고 보니 뉴욕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오케스트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학생이었다. 뉴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과는 비교가 안 된 경우다.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꽤 많은 공연을 보니 낯익은 이름도 있고 자주 공연을 보면 그 학생 실력이 올라가 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함께 고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던 아들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그 학생 졸업 리사이틀을 보고 예전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다고 느꼈다. 그 후도 많은 공연을 보면서 전보다 실력이 더 좋아진 것을 느꼈다. 점점 더 많은 무대에서 연주를 하려면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고 무대 경험도 많으니 연주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작년 연말 보스턴에서 딸이 뉴욕에 와서 함께 카네기 홀에서 두 차례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다. 대부분 젊은 학생들로 구성되었고 내가 아는 이름도 명단에 보였다.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졸업 리사이틀을 보고 카네기 홀에서도 공연을 보고 어제 줄리아드 학교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공연을 보고 실력이 정말 좋아졌다고 느꼈다. 하나하나 과정이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알게 모르게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이렇듯 경험은 아주 중요하고 스스로 원하는 삶은 경험과 열정과 꿈과 노력으로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양한 경험을 한 자는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고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쉽게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성공한 사람들은 말한다. 정말 운이 좋은 특별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테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속할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 준비하느라 학원에 가서 밤늦게 돌아오고,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 준비하느라 취업 스펙 만들고, 결혼하기 위해서 결혼 스펙을 만든다는 한국 사정을 듣고 난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럼 결혼 생활하는 것도 학원에 가서 배워야 하나. 육아하는 것도 학원에 가서 배우고, 뭐든 학원에 가서 배우면 인간은 언제까지 학원에 가서 배워야 하는지. 


모든 것을 학원에 가서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사고하고 경험하고 부딪히고 하는 데서 오는 배움도 아주 클 거라 생각한다. 젊음은 방황의 시기니 누구나 방황을 할 것이고 매일매일 부단한 노력을 하면 조금씩 꿈에 조금 더 가까 울지도. 

인간 모두 각자 원하는 삶이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보고 배우고 부딪히고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지 모른다. 틀에 박힌 사고에 젖어 지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열린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며 피해 의식에 젖어 지내면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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