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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13. 2018

뉴욕, 오페라 대중화

정말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몰랐다. 줄리아드 학교가 뉴욕에 있다는 것 정도 알고 왔다. 그러다 공부하고 일하고 살면서 서서히 뉴욕 문화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페라'다. 한국에서 지낼 적 오페라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만약 서울에서 산다면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르나 지방에 거주하는 내게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은 경희대 음대 출신이었고 성악 공연 준비가 몹시 힘들다고 학생들에게 말씀하곤 하셨으나 그때 난 그 말이 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대학 시절 음반으로 가끔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 정도였다. 그 후 교직에 종사하면서 나랑 친한 음악 선생님이 지방 대학교 교수님에게 아주 비싼 레슨비를 주고 사사를 하러 가곤 했을 때 많이 놀랐고 그런 상황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당시 교사 급여는 많지 않았고 급여의 상당 부분을 레슨비로 충당하신 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은 정말 성악을 사랑하는 분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런던이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지날 적 한인 가이드는 이런 곳에서 오페라를 보려면 수년 전부터 미리 공연표를 예약해야만 하고 1장당 수 백 불 하나 상류층은 아무렇지 않게 오페라를 본다고 하니 오페라는 서민들이 보기는 참 어렵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금 뉴욕에 와서 살면서 가끔 오페라를 보면서 오페라의 아름다움에 젖어가고 가능하다면 자주 오페라를 보고 싶다. 뉴욕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오페라가 상류층 문화가 아니라 오페라를 사랑하는 분이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뉴욕 문화가 참 좋다. 

한국에서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 문화회관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곳이 일반인은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지 않을까 짐작한다. 

Summer Met HD Festival

뉴욕은 한국과 문화 환경이 다르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상류층 문화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뉴욕은 서민층도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다. 먼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링컨 센터에 놀라곤 한다. 매년 여름 링컨 센터에서  Met Opera Summer HD Festival이 열리고  동네 주민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오페라를 감상하고 부부끼리 친구끼리 찾아와 오페라를 감상한다. 대형 스크린으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고 무료니 더더욱 좋다. 8월 말경이면 아직 뜨거운 햇살 아래 야외  온도가 아주 상쾌하지 않으나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을 보곤 한다. 


2019 타임 스퀘어 오페라 갈라 축제


매년 가을 새로운 시즌 오페라 개막 시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메트 오페라를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고 지나가는 관광객도 의자에 앉아서 보면서 뉴욕 문화에 놀라곤 한다. 맨해튼 한복판 타임 스퀘어에서 무료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으니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센트럴파크 서머 스테이지 메트 오페라 상영

또 하나 매년 여름 센트럴파크 등 뉴욕 시 공원에서 메트 오페라 공연을 한다. 뉴욕 시 공원에서 무료 오페라를 공연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오페라를 감상하고 친구와 연인과 가족끼리 찾는 중요한 문화 행사에 속하며 여름날 추억을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공원에서 위스키나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간단히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센트럴파크 무료 오페라 공연은 2009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10년이 되어가나 보다. 




맨해튼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 공원에서 매년 여름에 역시 오페라 공연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준비된 의자에 앉거나 초록 잔디밭에 앉아 오페라를 감상하곤 한다. 누구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 제도가 멋져. 

브라이언트 파크 뉴욕 시 오페라 공연 


다음으로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을 위해 특별 기금을 마련해 준비한 링컨 센터 메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러시 티켓과 패밀리 서클 지정석이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오래전 유니언 스퀘어 근처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었으나 당시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모두 오페라를 볼 수 있었던 게 아니라고 책에서 읽었다. 돈이 많아도 오페라를 볼 수 없었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답답했을지. 링컨 센터에 메트 오페라 하우스는 그런 과거의 잘못된 점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특히 입석 좌석표는 더 저렴하고 평균 3시간 정도 하는 오페라를 서서 보는 노인들도 많아서 놀라고 어제도 링컨 센터에 가서 그런 분을 보았다. 머리카락이 하얀 백인 할머니였다. 정말 한국에서 상상도 못 할 문화다. 얼마나 오페라를 사랑하면 입석 표를 구입해서 오페라를 보는 것인지.  20-30불 정도면 입석, 러시 티켓, 패밀리 서클 좌석표를 구할 수 있고 특별 기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문화가 참 놀랍다. 그래서 서민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극장 영화 티켓도 평균 15 불 정도고 결코 30불 정도 오페라 공연 티켓이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오페라는 3시간 정도 공연을 하고 시간당 10불을 주는 것은 맨해튼 물가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다.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 


그리고 맨해튼에는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음악 대학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와 메네스 음대 등이 있다. 각각 음악 학교에서 수많은 무료 공연이 열리고 자주 세 학교에 가서 오페라 공연을 보곤 한다. 음악 학교에 볼 수 있는 오페라 공연은 메트와는 다르다. 특별한 무대 장식도 없고 학생들 또한 특별한 의상을 입지 않고 아리아를 부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페라 마스터 클래스에 가서도 공연을 볼 수 있고 자주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조금씩 오페라에 노출하는 하며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정말 놀랍도록 학생들 수준도 높고 이런 제도가 있어서 맨해튼이 얼마나 멋진 보물 같은 도시인지.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 오페라 공연 

그뿐 만이 아니다. 뉴욕 시에  New York Opera Forum이 있고 뉴욕 시 공립 도서관에서 가끔 오페라 공연을 하고 전부 무료다.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가끔 오페라를 볼 수 있고 오페라는 인기가 많아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공연을 보고 노인들도 많이 찾아와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뉴욕 시의 문화에 놀라고 상류층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오페라도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뉴욕 시가 문화면에서 매력 넘치는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은 수 백 불 하는 공연 티켓을 구입해 오페라를 감상하지만 아닌 경우 무료 공연이나 저렴한 티켓을 사서 보는 문화가 참 좋다. 


카네기 홀에 가면 음악을 사랑하는 노인들을 많이 만나고 자주 링컨 센터 메트에 가서 오페라를 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뉴욕에 살면서 문화 혜택을 누리는 분이 많고 그래서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분이 참 많다고 한다. 아무도 내게 뉴욕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지만 하나씩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면서 뉴욕의 아름다움에 젖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뉴욕 뉴욕" 노래가 더 가까이 오고  노래 가사에 '난 뉴욕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라는 가사가 더 깊숙이 느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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