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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황금과 원숭이를 찾아서

황금궁전과 맹그로브숲

by 스몰빅


친구들은 나에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다.


"황금궁전과 맹그로브숲"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 얼굴엔 물음표가 보인다. 브루나이 자국민인 그들도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란다. 마치 우리가 서울에 살아도 경복궁을 구지 찾아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브루나이를 처음 방문한 한국인 친구 덕분에 '오늘 한번 관광객이 되보자' 기꺼이 따라 나서줬다. 배도 든든하고, 차에 기름도 빵빵하고 우린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진짜 황금으로 덮힌 돔을 가진 황금궁전과 원숭이가 산다는 맹그로브숲을 간다.





왕과 왕비가 사는 나라



브루나이는 정말 조용한 나라였다. 이동하면서 느낀 브루나이의 인상이다. 건물이 왕국보다 높으면 안되기에 모든 건물들은 낮게 지어졌고 색깔도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황금궁전 만큼은 달랐다. 어딜가든 황금돔은 반짝반짝 눈에 띄였다. 도착해서 가까이서 보니 '와' 하고 입이 벌어질 만큼 정말 아름다운 궁전 그 자체였다. 순간 머릿속엔 디즈니 알라딘 속 황금궁전이 떠올랐다.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


브루나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스크라고 한다. 지붕 크기는 52m로 28t의 순금으로 덮혀있다. 제 28대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모스크로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이 반영되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이 곳은 브루나이 국민들에게 신성한 공간이었다. 기도 시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 기도 시간 외에 관람이 가능한데 모든 이슬람 사원이 그러하듯 짧은 옷을 입고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손과 발을 깨끗히 씻고 들어가야 한다.


뜨거운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2월 말의 브루나이였다. 내가 충분히 모스크를 둘러보고 즐길 수 있도록 친구들은 사진을 찍어주고 기다려주었다. 황금궁전을 한바퀴 돌며 눈과 카메라로 열심히 담았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자연과 삶이 공존하는 곳


작은 선착장에 도착했다. 친구들은 선작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수월하게 수상택시 한편을 빌렸다. 우리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맹그로브숲에 가면 숲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원숭이를 발견할 수 있겠지?'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올라탔다. 배는 시원하게 호수를 가로질렀다. 저 멀리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보였다.



캄폰 아에르 수상가옥



물위에 지어진 수상가옥들이였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캄폰 아에르 수상가옥 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이곳에는 학교부터 모스크, 소방서까지 하나의 마을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들에게 배는 택시의 개념이다. 집으로 가기 위한 이동수단이 되어준다.



맹그로브숲


수상가옥을 가로질러 조금더 들어가니 이곳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짙은 녹색의 울창한 맹그로브숲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말로 녹색의 장관이었다. 맹그로브숲은 수백,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자연 생태계라고 한다. 말 그대로 원시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거대한 생명체였다. 물 위로 솟아난 나무의 뿌리들은 오랜 세월의 시간을 증명하듯 단단히 얽혀있었다.


수상택시 운전사는 운이 좋으면 원숭이를 볼수 있다고 했다. 운이 좋으면??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나뭇잎 하나의 흔들림에도 우리는 가슴이 설렜다. 멀리서 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하지만 그저 바람이 스쳐간 소리였다.





결국 원숭이를 만나지 못했다. 아쉬움은 컸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맹그로브 숲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굵게 뻗은 나무 뿌리 사이를 가로지르며 울창한 숲속을 숲 안에 들어와 보고 있으니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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