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인연
#지리산 둘레길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인연
너무나 감사했던 하동 민박집 어르신, 이곳은 연로하신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온 젊은 여인이 반가운 할아버지와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불편한 심기에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설거지도 해야 했지만, 노부부의 툭탁거림이 싫지 않았다.
두 분의 이야기는 밤새 나누어도 부족할 정도이다. 그중, 할머니와의 대화.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밤하늘을 보며 “별이 너무 반짝거려요?” 하니 할머니는 “별이 반짝이지~ 별스럽게~” 하시면서도 굽은 허리를 잠시 펴시며 “그 별 참~밝네!” 하신다.
그 모습이, 할머니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했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두 분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기도하며, 언젠가 꼭 다시 찾아뵈어야겠다.
지리산 둘레길, 이 길은
‘난 참 복 많은 사람으로 부자였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다시 생각해 봐도, 나 혼자서는 절대 걷지 못할 길이었다.
길을 걸으며 만났던 어르신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받았지만, 그분들의 걱정이 나를 무사히,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난감해할 때 시내까지 태워주신 맘 착한 부부, 길을 잃지 않게, 구간별로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관리하고 있는 둘레길 안내센터 관계자 분들 노고의 힘이 있었기에 길치인 내가 길을 잃지 않았다.
비가 오고 어둠이 내리는데도 목표 의식으로 꼭 재를 넘어야 한다는 나에게, 지리산 둘레길의 의미를 일깨워 주며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기를 권유한 중태마을 안내소의 멋진 선생님 덕분에, 민박집에서 편히 쉬고 새벽녘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유점마을, 산청에서 하동으로 넘어가는 재에서 젊은 청춘을 만났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마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단다. 부럽기만 하다.
그 친구와 들꽃 이야기와 서로의 꿈에 대해서 나누었던 시간, 또 하나의 선물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숲길, 농로, 임도,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고
어르신들이 재라고 하는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야 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기도 한다. 어떤 길은 둘레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길에서 내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은? “혼자 왔어?” “여자 혼자서?”란 말이었다.
나 역시 혼자서 재를 넘고 숲길을 걷는다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 특히 대나무 숲길을 걸을 때,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나도 몰래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나중에 그 소리는 대나무가 바람결에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임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시간이 흐른 지금, 지난 사진들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새벽녘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잎, 들꽃, 새소리, 바람 소리에 감사하며 걸었던 그 길. 마을을 지나던 중, 걷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무인 쉼터에서 잠시 무더위를 식히고, 직접 끓여 먹었던 라면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걸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혼자만의 길이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꿈꾼다.
내가 지리산 둘레길에서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본 것처럼, 앞으로 걸어갈 길에서도 함께 하기를.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닌 지리산둘레길#단상#지리산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