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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마지막 오르막을 향해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의 오르막은
지리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길이다.
오르는 동안
숨이 차고
종아리가 땅길 것이며
12월의 새벽 공기는
얼음처럼 차게 다가올 것이다.


이번에는
노타리대피소에서 숙박할 계획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이 도전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마음이
조용히 단단해질 것이다.


대피소의 밤은
아마 무척 조용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어둠과 추위 속에서도
나는
‘내일은 천왕봉이구나’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을 정리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고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갈 것이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잠시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달빛이 있을지,
별이 보일지,
아니면 구름이 낄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하늘을 만나든
그 또한 도전의 일부일 것이다.


천왕봉에 닿는 순간
벅찬 감정보다
아마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다.


“여기까지 왔구나.”


크게 환호하지 않아도
그 말만으로 충분하다.
지리산 제로포인트 도전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완주가 아니라
내 안의 속도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었으니까.


정상에서의 바람은
아마 한층 더 차갑고
하늘은 깊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려온 길보다
앞으로의 길을 잠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해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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