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오르막을 향해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의 오르막은
지리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길이다.
오르는 동안
숨이 차고
종아리가 땅길 것이며
12월의 새벽 공기는
얼음처럼 차게 다가올 것이다.
이번에는
노타리대피소에서 숙박할 계획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이 도전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마음이
조용히 단단해질 것이다.
대피소의 밤은
아마 무척 조용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어둠과 추위 속에서도
나는
‘내일은 천왕봉이구나’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을 정리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고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갈 것이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잠시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달빛이 있을지,
별이 보일지,
아니면 구름이 낄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하늘을 만나든
그 또한 도전의 일부일 것이다.
천왕봉에 닿는 순간
벅찬 감정보다
아마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다.
“여기까지 왔구나.”
크게 환호하지 않아도
그 말만으로 충분하다.
지리산 제로포인트 도전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완주가 아니라
내 안의 속도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었으니까.
정상에서의 바람은
아마 한층 더 차갑고
하늘은 깊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려온 길보다
앞으로의 길을 잠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해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