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걷는 마지막 도전
부산은 내 고향이다.
어릴 적부터 살아온 도시,
가장 많이 걷고, 가장 많이 머물렀고,
가장 익숙하다고 믿어온 곳이다.
그래서인지
제로포인트 부산 도전은
처음부터 ‘마지막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지나고 보니
남겨둔 게 아니라
아껴둔 것에 가까웠다.
이번 부산 도전은
타 지역에서 오는 친구와 함께 걷기로 했다.
혼자 걷는 것과 누군가와 걷는 건
전혀 다른 결의 도전이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긴장된다.
좋은 의미에서의 긴장,
하지만 ‘괜찮을까’ 하는 작은 걱정도 섞여 있다.
총코스는 27km라 적혀 있지만
하산까지 모두 더하면
30km는 가볍게 넘길 것이다.
부산친수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을 지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길.
지도에서 보면 단순한 선이지만
현실에서는 꽤나 까다로운 산줄기가 이어져 있다.
금정산은
내가 너무 잘 아는 산이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언제 걸어도 편안한 산.
하지만 부산친수공원에서 구봉산을 지나 올라오는
그 긴 초반 구간은
내가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다.
익숙함과 낯섦이 섞여 있는 코스―
그게 이번 부산 도전의 특징 같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긴 걸음 속에서
친구와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힘든 길에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괜히 마음에 걸릴 때도 있고,
각자의 체력과 속도가 다르면
리듬이 어긋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삐걱거림도 결국 ‘함께 걷는 과정’ 일뿐이라는 것.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과
서로의 한계를 조금씩 양보하며
하루를 걸어가는 것―
그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부산은 내가 살아온 도시이고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어온 곳이지만
‘걸어서 통과하는 부산’은
분명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도전은
지리산처럼 깊지 않고
설악처럼 거대하지 않지만
내 삶에서 의미만큼은
그 어떤 산보다 큰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부산에서 시작하는 0m는 어쩌면 나의 마지막 도전이 아니라
또 다른 첫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