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리셋 May 02. 2019

육아, 정녕 이때가 가장 좋은 때일까?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제오늘 연달아 본 글이 하필 둘 다 이런 글이었다.

하나는 고1, 중3 두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의 글. 딸이 고등학생이 되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 죽겠다는 내용이었다.(육체는 왜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글에는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아기 때 힘들다 힘들다 했던 건 다 뻥이었다고.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자기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중이라고 했다.

댓글은 더 무서웠다. 비슷한 또래 자녀가 있는 엄마들은 격한 공감을 남겼고, 나처럼 영유아나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4학년, 5학년 키우는 중인데, 중고등학교 가면 말 통하고 좀 나아지겠지 했거든요. 이게 무슨 소립니까!' 하는 댓글에는, '부디 지금 많이 행복하세요.'라는 글쓴이의 답변이 달려있었다.


공포



오늘 읽었던 건, 글도 삶도 참 부러운 한 작가님의 포스팅이었다.
늘 순둥순둥 하기만 했던 열두 살 딸이 요즘 부쩍 예민해졌고, 동생과의 싸움을 중재하던 엄마한테 그 아이가 던진 한 마디 때문에 마음이 무너졌다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해요?"

따옴표 속 한 문장과 생생한 현장 묘사에 읽는 내 마음까지 같이 무너져 내렸다. 오빠와 동생 사이에 끼인 '둘째'에 대한 복합적 감정도 함께 껴져 괜히 마음이 쓰렸다. 딸의 말과 작가님의 어지러운 심정(글을 다 옮겨올 순 없지만)도 심정인데, 뜻하지 않게 내가 충격받은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큰 딸과 작은 딸의 싸움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건... 아무 희망이 없었다. 쇼파 자리싸움, 안 썼던 물건에 대한 소유권 주장(기억도 못 하고 있던 물건이면서 동생이 꺼내오면 절대 못 쓰게 하는 상황) 뭐 이런 이유들이 적혀있었다. 나는 우리 애가 일곱 살이어서, 여덟 살이어서 그런 거겠지, 좀 크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열두 살과 열 살 딸도 그러고 싸운단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댓글이 더 절망적이다. 고등학교 2학년 된 딸이 여덟 살 터울 지는 동생하고 저러고 싸우고 있다는 말들. 와... 차라리 지금 싸우는 건 귀여운 수준이구나!

얼마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가, 자기는 여동생이랑 고등학교 때도 줄기차게 싸워댔다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의 대답.

"니가 먼저 씻어. 이걸로 싸웠지."

내가 외동으로 자라 많이 몰랐던 거냐! 너 장난하니 나한테 왜 그러니! 그거 지금 우리 집 여덟 살이랑 다섯 살이 맨날 하는 싸움이라 저녁마다 너네 적당히 해라, 좀 쉽게 가자, 쉽게 씻자, 쉽게 양치하자, 이 말하다가 뒷목 잡기 일쑤인데 니가 한 말 진짜냐고 토로했다.





육아에 있어서 정말 '지금'은 가장 좋은 때일까? 육아는 산 넘어 산이 아니라 산 넘어 '똥밭'이라고 했던 어느 목사님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우스갯소리가 아니었나) 그때 목사님은 세 아이의 아빠였고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왜 그런 말을 나한테 하셨을까. 미래를 내다보셨나! 똥밭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이들 키우며 행복하셨을 거다. 그저 그때그때의 과업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었으리라. 뱃속에 있을 때가 좋다고 해도 그 때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임신 싫어! 만삭 싫어!), 옛날보다 지금이 나은 면도 분명 많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을 때, '그래도 영유아 시절로 돌아가긴 싫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 일상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느끼면서. 아니면 나 역시도, '애들 어렸을 때 힘들다 힘들다 한 건 다 뻥이었다'는 간증을 하고 있게 될까? 하긴 여덟 살 아이 대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고,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는데 나중 되면 오죽하려나 싶다. 고작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들이 말대꾸를 하면서 눈을 흘길 때, 그 순간 하나를 못 참고 '너 지금 엄마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화로 대답하는 내가 아이들의 사춘기를 견뎌낼 수나 있을까?(미리 걱정하지 말자!!)


우리 엄마는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딸이 쌀쌀맞게 말할 때마다, 비수를 꽂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기가 잘못해놓고 먼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고 버틸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고등학생 때, 20대 때,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저들이 말하는 긴 세월 엄마는 나를 어떻게 참아냈을까. 엄마도 '어렸을 때가 좋았다.' 했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전 12화 부모의 마음(+주의사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