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리셋 May 22. 2019

부모의 마음(+주의사항)

기승전빡침은 안 돼요


하원 하기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준비해두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크리스마스나 생일선물처럼 뭔가 예고된 이벤트가 아닐 때는 더욱 그렇다. 감정표현이 풍부한 둘째의 반응을 상상해보면 두 배로 신이 난다.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마음에 기대가 부푼다. 남편도 px에서 비요뜨를 열 개씩 사 오면서, '이걸 보면 애들이 얼마나 행복해할까, 얼마나 잘 먹을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은, 주방놀이와 스티로폼 비행기 되시겠다.






구민회관에서 장난감 대여를 시작했다길래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냉큼 집어왔다. 아들이 셋이라면 주방놀이지! 가스렌지에 불도 들어오고 지이이이이잉 소리도 난다. 좁은 벽면 한 곳에 세워두니 꽤 그럴싸하다.

이 모습을 갖추기 위해, 오전의 노동이 있었다. 아직 아이는 오지도 않았는데 괜히 뿌듯했다.


노동





요즘 공원이나 풀밭에서 이렇게 생긴 비행기를 아이들이 많이 갖고 놀길래 신기하다 했는데, 찾아보니 나혼자산다에 나왔다고 한다. 엄마는 아싸지만 아이들의 인싸템이라면 한 번 사봐야지! 물론 주의사항은 꼭 지키도록 한다.

뭘 사든 세 개를 준비할 것.
세 개를 준비해도 싸울까 말까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이 있다고 해도 무조건 같은 색으로 세 개 사는 것을 기억해 두 번 기억해!!

(분란의 씨앗은 거부한다)

혼자 거실에서 시범운행을 해보며 한 번 더 설레 본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아니고 조리도구 장난감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

그때도 오늘 같은 마음으로, '우와, 우리 애들 이거 얼마나 좋아할까' 하트가 퐁퐁 샘솟는 마음으로 이걸 사놨었다. 개봉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만 하루를 꼬박 싸워댔고, 분노를 못 이긴 애미는 이걸 쓰레기통에 처박아 뒀었다. 그리곤 다음날, 정신을 차려보니 왠지 버리기가 너무 아까운 거지.. 그렇게 아이들 몰래 다른 곳에 모셔놨었던 아이템이다.


버렸다고 알고 있을 텐데. 구민회관에서 세트로 빌렸다고 해야겠다.




아버님도 그 옛날, 월급날에 통닭을 한 봉지 사들고 오실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빠가 내 머리띠를 두 개 사들고 퇴근했던 어느 날, 하필 그날 나는 저녁때까지 친구 집에서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었다. 아빠가 다른 때보다 화가 더 많이 나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하원 시간이다. 나가자. 비행기를 들고 나가자!!



**주의사항**

1. 결말이 별로일 가능성(싸움이나 파손 등)이 90프로 이상이다. 뻔한 결말이고 정해진 수순이다.

2. 내가 기대한 만큼 잘 갖고 놀지 않고, 기뻐하지 않고, 잘 먹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을 것. 이거 별표 다섯 개다!!!

이전 11화 인격수양은 놀이터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