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얗게 성에가 낀 유리창 너머로
시월도 끝자락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마저
취객의 비명소리에 날아가 버린
쓸쓸한 계절이란다
친구야
흰눈이 내릴 무렵이면 나는 왜
초등학교 시절, 아침 등굣길에 보았던
얼룩무늬 고양이의 사체(死體)가 생각나는지
꽁꽁 얼어붙은 몸통 위로
한 조각 햇볕이 만장(輓章)처럼 나부끼던
아, 가여운 영혼
친구야
나는 그런 고양이를 사랑한단다
한겨울 밤거리를 떠돌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 꼿꼿한 결기와
고독한 울음소리를 나는 사랑한단다
자유란 그렇게 고독한 것이어서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모두가 잠든 세상의 적막 가운데 우뚝 서서
홀로 나의 별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그 야성을, 그 꼬장꼬장한 눈빛을
사랑은 한다마는
그러나 겨울은 너무 춥지 않으냐?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