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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Dec 28. 2018

시월의 노래

뽀얗게 성에가 낀 유리창 너머로 

시월도 끝자락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마저

취객의 비명소리에 날아가 버린 

쓸쓸한 계절이란다

친구야

흰눈이 내릴 무렵이면 나는 왜

초등학교 시절, 아침 등굣길에 보았던 

얼룩무늬 고양이의 사체(死體)가 생각나는지

꽁꽁 얼어붙은 몸통 위로

한 조각 햇볕이 만장(輓章)처럼 나부끼던

아, 가여운 영혼

친구야 

나는 그런 고양이를 사랑한단다

한겨울 밤거리를 떠돌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 꼿꼿한 결기와

고독한 울음소리를 나는 사랑한단다

자유란 그렇게 고독한 것이어서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모두가 잠든 세상의 적막 가운데 우뚝 서서

홀로 나의 별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그 야성을, 그 꼬장꼬장한 눈빛을

사랑은 한다마는

그러나 겨울은 너무 춥지 않으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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