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께 읽기다!
학창 시절 나는 곧잘 벼락치기를 했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를 미적미적 미루다가 막판에 휘몰아치듯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그런 습관은 직장 생활하는데도 이어져 한동안 '마감임박형' 인간으로 살았다. 중요한 프로젝트도 마감이 닥쳐야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막판에 고생을 하곤 했다. 마감을 동력 삼아 제법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벼락치기는 자주 할 것이 못된다. 심신을 상하게 하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더불어 급하게 외운 지식은 머릿속에 들어온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이자 체력 낭비였던가.
인생에는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참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이나 관계도 그렇고,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그나마 유지되거나 퇴보하지 않는다. 독서와 글쓰기도 비슷하다. 매일 읽고 쓰지 않으면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내가 관심 있는 '고전 읽기' 분야도 꾸준함이 관건이다. 군불을 때듯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절대 몰아서 읽을 수 없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읽어나가야 두꺼운 고전을 하나씩 하나씩 완독 할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읽는 동지가 필요하고 책모임이 중요하다. '고전 읽기'에도 '루틴'이 답이고, 함께 하는 '동지'가 힘이다. 누군가와 함께 매일 꾸준히 읽음으로써 벼락치기의 오랜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벽돌 고전을 격파하기 위해 동지들과 <함께 읽기>에 도전한다. 박경리의 <토지>를 그렇게 읽었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함께 읽는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완역본 그대로 함께 읽어낼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고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제법 많이 있다. 100년 전, 150년 전에 쓰인 고전문학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1877년에 발표한 <안나 카레니나> 속에는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인간의 보편적 고뇌와 갈등, 사랑과 배신, 좌절과 환희,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몰입감 높은 서사는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긴 호흡의 마라톤과도 같다. 42.195km를 혼자 뛴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고독하고 버거운 일인가. 두꺼운 벽돌책일수록, 생각거리가 많은 고전일수록 함께 읽는 동지들의 응원과 추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읽으면 포기하지 않는다. 함께 발췌하고 단상을 나누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장면과 구절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등장 인물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다채로운 관점과 시선을 만날 수 있다. 혼자 읽는 독서도 내면을 풍요롭게 하지만, 함께 읽고 토론하면 나만의 편견이 깨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럴 때 독서도 즐거운 놀이가 된다. 이젠 함께 읽기다. 고전 문학, 함께 읽기로 부담스러웠던 장벽을 가뿐히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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