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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기괴한 오코너 단편집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 중 <좋은 사람은 드물다>

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Mar 15. 2025

플래너리 오코너(1925~1964)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출신의 소설가이다. 25세에 '홍반성낭창'이라는 불치병 판정을 받아 39세의 짧은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장편 소설 2편, 단편소설 32편을 비롯, 여러 평론집과 에세이를 남겼다. 사후인 1971년에 출간된 단편 전집은 1972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독실한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확고한 신앙이론을 바탕으로 종교적 색채가 짙으면서도 철학적 사유가 담긴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오코너는 특유의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특징인 미국 남부 고딕 문학 계열의 작가로 분류된다. 오코너의 단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좋은 사람은 드물다> 역시 온 가족이 탈옥수에 의해 몰살당하는 비극적 상황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조지아주에 살던 한 가족이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나는 도중,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던 탈옥한 죄수 '미스핏(Misfit)' 일행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오코너의 작품 전면에 흐르는 주제인 인간의 본성, 신의 구원, 자기모순과 위선, 전통 사회 가치에 대한 비판 등이 골고루 담겨 있다.


오코너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좋은 사람은 드물다>의 극단적 결말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결국 무엇이었는지도 혼란스럽다. 어쩌면 이 점이 오코너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한계일 수 있다. 명확한 메시지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한 소설이다. 해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무궁무진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 '좋은 사람'과 '좋은 시절'의 의미부터 인물 성격, 내용 줄거리까지 독자들이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은 소설이다. 할머니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 인종차별적 태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지독한 편견, 종교에 대한 자의적 해석, 미스핏의 잔혹성과 도덕성 결여, 자기변명, 냉소주의 등을 보면서 선인과 악인의 모호한 경계는 물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자문하게 된다. 등장인물 캐릭터가 극단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 혹은 내 안에 있는 숨겨진 본능이자 보편성이기도 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미국 남부 고딕 장르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독자,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스토리가 담긴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 1950년대 미국 문학과 사회 변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단편 소설 작법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소설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독특한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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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오코너 #남부고딕문학 #작가들의작가 #좋은사람은드물다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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