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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도 않는 신문을 끊지 못하는 이유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04. 현상유지편향

by 퍼니제주 김철휘 Oct 21. 2022
"우리가 어떤 일을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일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 세네카



읽지도 않는 신문을 끊지 못하는 이유, 구독경제의 유혹


어린 시절 대문 손잡이에 매달린 우유와 신문이 떠오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배달되었던 우유와 신문. 마을 어귀나 아파트 입구엔 항상 신문과 우유 구독을 세일즈하는 파라솔이 있었다. 종이 뭉치 하나 구독하는 것인데 자전거를 주기도 하고 대형 장난감을 주는 영업소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저래도 남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최근 신문과 우유 배달로 대표되었던 '구독경제'가 신개념 유통 서비스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구독경제란 용어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주오라(Zuora)의 창립자 티엔 추오(Tien Tzuo)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면도기나 생리대 등 지속적으로 소비가 필요한 상품을 제공받는 서비스와 자동차 · 명품의류 등의 상품을 원하는 만큼만 빌려 쓰는 대여(rental) 서비스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의 성장으로 콘텐츠,  소프트웨어, 영화, 드라마, 게임, 전자책, 음악 스트리밍처럼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도 구독경제의 한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의하면 전세계 구독경제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8년 132억 달러에서 연평균 68% 씩 성장해 2025년에는 4782억 달러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구독경제의 인기에서 실감할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일단 제공 받는 서비스에 큰 문제가 없으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탐색과 주어진 선택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신규 서비스에 대한 적용 등 번거로운 작업을 추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코크(New Coke)의 대실패


1980년대 초, 코카콜라는 곤경에 처했다. 최대 경쟁사인 펩시(Pepsi)와 다이어트 청량음료 회사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나이든 부모 세대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 음료를 선호하고, 젊은 세대는 펩시의 더 달고 부드러운 맛에 끌리고 있었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코카콜라의 경영진은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선 그들은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맛의 콜라를 개발했다. 수 차례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했고, 많은 테스트에서 뉴코크의 더 달콤해진 맛이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회사는 콜라병 디자인을 바꾸고 비싼 광고 캠페인에 돈을 아낌없이 지불했다.


하지만 뉴코트의 출시는 대실패로 끝났다. 모든 전문가와 테스터, 경영진들이 성공을 자신했으매도 소비자들은 새로운 콜라를 외면했다. 너무 많은 불만 전화가 쇄도 했고 호의적이었던 비평가들 마저 코카콜라의 일탈(?)을 질타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 모든 지표에서 새로운 콜라의 반응은 객관적으로 더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콜라를 마시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말하자면 맛으로 코카콜라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맛이 제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였기에 일단 '새로운' 제품과 기존 제품간 구별이 만들어지자, 예전부터 기존 콜라를 마시던 사람들은 관성에 따라 기존 코카콜라를 그대로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상유지, 모든 인간의 속성?


이처럼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의 것을 고수하려는 사람들과 관련해 경제학자인 윌리엄 새뮤엘슨(William Samuelson)교수와 리처드 제크하우저(Richard Jay Zeckhauser)교수가 한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의 그룹에게 종류가 다른 자산을 나누어 주었다. A그룹은 자산으로 현금을 상속받은 반면 B그룹은 중간 정도의 위험을 가진 주식이 주어졌다. 속받은 자산을 어떻게 투자하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었다. 과연 두 그룹 주어진 자산을 가지고 어떻게 투자를 진행했을까?


현금을 받은 A그룹은 각각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주식을 받은 B그룹은 자신의 투자 성향과는 상관 없이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보유했다. 귀찮기도 하고 주식을 팔았을 때 손해볼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게으름 또는 후회의 감정 때문에 현재 상태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데,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현상유지편향’ 이라고 한다.


현상유지편향과 관련한 또 다른 실험이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University of Iowa)의 연구진은 150명의 학생들에게 '자신 만의 피자를 만들라'고 요청했다. 한 그룹에게는 기본적으로 5달러 짜리 '기본 피자'가 제공되었고 한 가지 재료를 추가하는 데 50센트의 비용이 드는 12가지 토핑 재료가 함께 주어졌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이미 12가지 재료가 모두 포함된 '디럭스'피자가 제공되었고 12가지 재료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재료를 뺄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기본 피자'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 2.71개의 재료를 추가했으나 이미 많은 재료가 추가된 디럭스 피자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 5.29개의 토핑이 포함된 피자를 만들었다. 기본 세팅 값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가만히 있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이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의 '손실회피' 성향 때문이다. 손실회피란 같은 물건이라도 획득을 통한 기쁨보다 손실을 통한 고통이 2배 이상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손실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삼성폰이나 기타 다른 핸드폰이 더 빠르고 훨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애플유저는 아이폰을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다. 아이폰이 제공하는 기능들에 너무 익숙해져 그 기능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정말 큰 고통이다.


우리가 새로운 선택을 주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의 뇌가 너무 게으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인지적 구두쇠"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뇌는 무게로 따지면 전체 몸무게의 2.5% 수준이지만 우리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20% 나 사용하는 기관이다.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크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을 덜 사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한다. 이는 뇌가 직관적, 자동적, 무의식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천천히 논리적으로 분석해 내린 결론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가 기존에 내린 의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건 모두 게으르기만한 우리의 뇌 때문인 것이다.



'현상유지편향'을 활용한 온라인쇼핑몰 전략


이렇듯 사람들의 '귀차니즘'과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기업들은 본인들의 상품을 쉽게 팔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1. 구독서비스 - 월정액 서비스

월간가슴(https://store.inthewear.com/subscription) 캡처


속옷을? 정기구독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상품 출시마다 연일 대박 행진을 터트리며 성공 반열에 오른 '월간가슴'이라는 인더웨어 쇼핑몰이 있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쇼핑몰의 '타이틀'에서도 알수 있듯이 구독서비스가 그 핵심이다. '구독서비스'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시불로 판매하던 방식을 구독 형태로 바꾸면 전보다 고객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가격을 낮아져 판매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유지편향'이 고객으로 하여금 구독서비스를 끊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2021년 카카오와 네이버도 정기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오픈하며 정기구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기구독 서비스는 면도기, 칫솔, 화장실, 생수, 커피, 식료품 등 소모성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만이 진행하던 서비스였으나 최근의 정기구독 서비스는 제품과 산업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로 넓게 확장 되어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취급하는 상품이 기간을 두고 소비가 되는 품목이라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기구독(subscriptions) 기능을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2. 무료 평가판 또는 첫달 무료 서비스


현상유지 편향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예는 무수히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제품판매에 앞서 무료 평가판을 제공하는 사례다. 무료 평가판은 모두 만료 기간을 가지고 있다. 사용 기간이 끝나면 무료로 제공되었던 편리한 기능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실감은 큰 고통이다. 더불어 불편하게 만들어진 해지 프로세스는 '인지적 구두쇠'를 또한 작동하게 만든다. 결국 손실회피와 귀찮은 맘 때문에 고객은 평가판으로 제공된 무료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3. 모바일 간편결제


최근의 모바일쇼핑 시장은 간편결제를 선점하기 위한 온라인 거대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아는 것처럼 사람들은 윈도우 시작 화면에 세팅되어 있는 브라우저만 사용하고, 자주가는 포털에서만 검색을 한다. 쇼핑몰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회원가입하는 것이 귀찮아서, 또는 내가 쌓아둔 마일리지가 아까워서 기존 쇼핑몰에서만 습관적으로 쇼핑을 한다.


간편결제도 마찬가지다. 일단 손에 익게 되면 사람들은 해당 결제서비스만 사용하게 된다. 사용자의 편의성 면에서 사실 대부분의 간편결제시스템이 거기서 거기다. 때문에 누가 먼저 고객들의 ‘엄지손가락’에 익숙해지느냐가 관건이다.



4. 로열티 계획 - 포인트 고객등급

출처 : 부킹닷컴, 큐텐 홈페이지


쇼핑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포인트 기반 회원 등급제를 시행하는 것도 현상유지편향을 활용한 쇼핑몰의 대표적인 로열티 유지 전략이다. 포인트 적립 금액과 횟수에 따라 등급을 산정하고 혜택을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포인트 기반 등급제는 단골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면서 포인트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고객의 재구매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재구매가 자주 일어나는 쇼핑몰에 적합하다)



5. 배송을 위한 기본 옵션 설정


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쿠팡 홈페이지


기본 옵션을 자동으로 선택해 놓으면 고객들이 결제까지 가는 클릭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이때 기본 옵션은 소비자들이 이 가장 매력 있게 느낄 옵션을 선택해 놓는다. 더불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세팅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배송비 지불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따라서 쇼핑몰은 배송비 지불을 꺼리는 고객들의 심리에 숟가락을 얹을 필요가 있다. 그림처럼 무료 배송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바구니에 다른 상품을 추가해야 함을 살짝 어필한다면 고객 한 사람당 객단가를 높이는 데 유용할 수 있다.



6. 회원가입시 메일/SMS 수신동의

온라인쇼핑의 법칙 – 현상유지편향 (온라인캡쳐)


대부분의 쇼핑몰은 회원가입시 이메일과 SMS 수신동의를 체크박스 형태로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박스가 선택되지 않은 상태로 노출되는 사이트들이 많지만 고객의 '귀차니즘'을 전형적으로 활용하는 예가 바로 이와 같은 마케팅 메일과 메세지에 대한 수신동의를 '디폴트화'하는 것이다.



현상유지편향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현재 성립된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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