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본능에 대하여
타나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입니다.
프로이트는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는 죽음의 본능을 이 신의 이름을 따 ‘타나토스’라고 불렀습니다.
삶의 본능이 생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고 번창하는 데 있다면
죽음의 본능은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하고 처벌하는 이해 못 할 행동을 설명하는 근거로 종종 사용되죠.
‘죽음의 본능’ 은 생물체가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본능일겁니다.
그리고 과학에서도 이 죽음의 본능을 연구하는 것 즉,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죽은 뒤의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연구 분야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죽고 나면, 그 순간 모든 세포가 다 죽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몇몇 세포들은 놀랍게도 계속 활동을 합니다.
이것은 사실 많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한 현상이죠.
오늘은 이와 관련해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생쥐와 제브라피쉬가 죽은 뒤 4일까지를 조사한 연구 말이죠.
참고로 제프라피시는 온몸이 투명해 신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에 배아 발달과정은 물론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육안으로 살필 수 있어 실험동물로 많이 쓰입니다.
이 연구 결과 흥미롭게도 모든 것이 예상했던 것처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신, 수백개의 유전자들이 처음 24시간 동안 그들의 활동을 오히려 증가시켰죠.
그리고 나서 점차적으로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활성화되는 유전자 중에는 암과 관련된 유전자도 있었고요.
면역력과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도 있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태아 발달의 초기 단계 동안만 불이 켜졌다가 우리의 남은 인생 동안 활동을 하지 않는 유전자들도 갑자기 활발해진다는 사실이었죠.
무엇이 이 유전자들의 ‘죽음 후’ 활동을 시작하게 했을까요?
특히 처음 태어났을 때만 활동하던 유전자들이 활동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번째 추측은
죽음 자체가 세포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라
죽기 전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분출하느라 활성화된다는 것이고요.
두번째로
우리 일생의 초기에만 활성화되는 유전자들이 활동을 재개하는 건,
이런 유전자들의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유전자들의 통제력 상실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추측입니다.
동물에서 더 나아가 인간도 같을지 궁금한데요.
최근 스페인의 한 연구팀은 인간이 사망한 후, 36개의 인체 조직의 9000개의 샘플을 관찰했습니다.
결과 각각의 조직들은 죽음에 다양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세포의 죽음을 불이 꺼지는 것에 비유해보면,
어떤 것은 켜지고 어떤 것은 꺼지고,
또는 어떤 것은 빨리 켜지고 어떤 것은 늦게 꺼지는 변화가 다양했던 거죠.
이 독특한 패턴을 정확하게 밝혀낸다면,
이러한 패턴은 죽음의 시점을 보다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학 수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겠죠.
이렇듯 우리 세포의 활동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장기 이식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범죄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환희, 때론 절망을 느끼죠.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삶에 대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본능인 타나토스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죽음의 본능 속에서 우리 인간의 세포들이 하는 역할이 언젠가 완벽하게 밝혀진다면,
우리의 삶이, 살아있음이 더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