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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Jan 05. 2017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다고요, 후쿠오카

대리, 과장, 차장 셋이 떠난 후쿠오카 2박 3일 여행기

날씨가 쌀쌀해지면 뜨끈한 어묵 굴 물에 사케 한 잔이 땡 기는 밤이 종종 있다. 

이 즉흥여행의 시작은 술이었다. 회사가 끝나고 “딱 맥주 한잔!”이라는 말에 맥주 한잔과 시작된 여행 이야기.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시작은 이러했다.

퇴근길에 술을 먹다가

“연말인데 여행 가고 싶다”라는말 한마디가 씨가 됐다.

같이 여행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데 눈치가 보였다.

휴가를 내고, 티켓팅을 하고, 가면 된다. 3가지 원칙만 있는데 눈치가 엄청 보였다. 

여차저차 하다 보니 셋다 휴가를 받았다 야호!

공항에서 떠나기 전 인증숏

자 이제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한국은 싫고 그래서 떠나게 된 후쿠오카 당시 비행기 표가 제일 저렴했다. 

사실 친구 이외의 회사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는 건 쉽지가 않다. 

'쉽지가 않다'는 벽을 만든 건 단지 소문이었다. 우리 마음이 그렇지 않으니 괜찮았다.

"대리, 과장, 차장. 숏 톨벤 티로 옷 입고 가면 어때?"라는 말에

단체복을 맞췄다. 사실 생각보다 추워서 많이 입지는 못했지만

대학교 시절 여행 가는 느낌으로 떠났다.

연말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 들고 공항은 북적였다.

늘 아침 비행기는 쫄깃하다.

그런데 벤티가 보이질 않는다. 비행기 못 타나 싶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탑승

그렇게 후쿠오카로 정말 떠났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텐진으로 넘어가야 했다.

연휴라 그런지 시내로 가는 버스가 막힐 것 같아 지하철을 이용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무사히 기차표를 끊었을 때의

기분이란

도착하자마자 텐진에 있는 잇푸도(라멘집)를 갔다. 한국에도 있는 라멘집 이기는 하지만

후쿠오카를 오면 늘 라멘 한 그릇을 먹고 시작하기 때문에 한번 데리고 가고 싶었다.

맛이 조금 없으면 어떠랴.. 

기다린 만큼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후쿠오카 텐진

연말 거리는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후쿠오카 에어비앤비

급하게 연휴에 떠나다 보니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찾은 에어비앤비 집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위치는 애매했지만 후쿠오카를 여러 번 여행했던 탓에 찾기는 쉬웠다 과장과 차장님은 후쿠오카가 처음이라 최대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여행 코스를 구성했다. 

니시진 시장을 구경하고, 후쿠오카 타워를 올라가려고 타워에 도착했다.

마침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타워를 올라가는데 40분은 기다려야 했다.

"에이 남산타워도 안 갔는데 가지 말자" 그렇게 건너편 모모치 해변에 도착했다. 

 “이거 무슨 양양 솔비치 아니야?”라는 과장님 말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저녁을 먹기 전 무지에 들렸다.

달력이 너무 예뻐서 구경을 하는데 차장님이 지나가면서 말한다

"저거 사도 안 쓸걸. 회사 달력 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네요!"

첫 여행날 저녁. 미리 알고 있던 맛집들을 찾아갔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셋다 일본어 못함) 예약한 손님들을 우선적으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연말이라 그런가 싶었다.

미리 찾아간 곳 3곳이 다 그래서 허탈함이 가득했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여기 가서 먹자!"라고 했다. 생각보다 분위기도 좋았고, 맛이 있었다. 

찾아서 가는 맛집도 좋지만 이렇게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인가 싶다. 셋이 이렇게 여행을 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연차는 다르지만 비슷한 나이기에 왜 우리는 애인이 없을까라는 미스 다이어리 같은 느낌으로 밤새 이야기를 나웠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아침 이른 버스로 유후인 (후쿠오카 근교) 여해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전날 과음으로 인해 머리가 아팠다. 왠지 과장님, 차장님을 깨우면 짜증을 낼 것 같아 조심스럽게 핸드폰 알람을 울렸다. 

신기했던 건 다들 출근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씻지도 않고 우리는 유후인 버스에 탑승했다.

당일 온천을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유후인 당일치기 온천 무소엔(夢想園)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은 료칸을 이용하지 않아도 당일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보통 당일 온천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남녀 구분된 노천탕과 가족탕까지 다양하게 이뤄져 있었다.  온천을 오니 막상 문제가 있다. 살짝 뭔가 가림막(속옷이라던가 걸칠 옷)을 하고 온천을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이런 홀딱 벗고 들어간다. 대여한 수건도 내 몸을 가리기에 작았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한번 몸매를 보여주는 것은 몹시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최대한 온천에 들어가 머리만 동동 떠 있었다. 물속에서 움직일 때는 낮은 포복자세로 움직였다. 온천이 끝나고 모두들 거의 반 백숙 상태가 되었다. 마을로 걸어 내려가는 시간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유후인 당일치기 온천 무소엔(夢想園)

최대한 온천에 들어가 머리만 동동 떠있어다. 

움직일 때는 낮은 포복자세....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내가 먼저 일어날 수 없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유후인

온천에서 바라보는 유후인 작은 마을은 너무 예뻤다.

회사에서 잘 웃지도 않는 우리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우아'감탄하고, 웃기에 바빴다.

유후인

"너무 예쁘지 않아요?"

"응. 회사 앞이 아니라서"

온천을 즐기고

와규에 맥주를 마셨다.

천국이 따로 없다.

유후인

즐비한 유후인 상점가를 지나 긴린코 호수에 도착했다.

사실 봐도 안 봐도 그만이었으나

여기는 유후인 3번 오면서 보지를 못해서 이번에는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유후인 기차역부터 긴린코 호수까지 이어지는 길 동안

쇼핑도 해야 해, 음식도 먹어야 해 갑자기 다리 체력이 후들후들 거리셨다.

그래도 인증숏은 찍었다.

흡사 포천 산정호수 같았다.

유후인

유후인 당일치기 여행은

과장님, 차장님에게 굉장한 체력을 요구했다.

다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평소 하루 만보 걷기도 힘든데

여행을 오니 만보 이상 걸으니 몸이 놀랬나 보다.

후쿠오카 하카타역

유후인 여행을 끝내고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셋다 뻗어서 잤다. 금세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모든 게 반짝거린다.

 


여행에서의 늦잠은 언제나 좋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었다.

후쿠오카 에어비앤비

어쩌다 보니 벌써 마지막 날 아침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아 좋다. 이 얼마만의 늦잠인가. 

월요일이다 보니 회사 업무로 연락이 온다. 

평소에도 다 같이 먹는 점심이지만 여행지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라 그런지 맛이 더 특별했다.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추적추적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그녀들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후쿠오카 텐진

월요일이다 보니 회사 업무로 연락이 온다. 

왠지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과장님, 차장님

가끔 회사생활이 힘들 때

지금의 여행을 생각하며 버텨요!

즐거웠어요!

우리에게 이런 시간, 여행이 또 언제 있을지 모르니까! 

마지막 날 비가 왔던 후쿠오카.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던 여행

12월

어린이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고 싶고, 

회사원은 인센티브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날


여행을 다녀온 뒤 일주일 뒤 1월 

조직개편으로 인해 우리들은 흩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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