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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Nov 17. 2019

선물이 필요해, 포르투

<키워드>오춘기, 선배, 공허감

주말 카페에 앉아 있다가‘신입사원 공채 지원생 100명 중 3명 밖에 합격을 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보았다. 취업 준비를 했던 3년 전, 그때의 힘들었던 마음이 무뎌졌는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왜 힘들어하지?’낙타 바늘구멍 같은 치열한 문을 열고 들어온 우리들은 마치사원증을 올림픽에서 준 금은동 메달 다루듯 목에 걸고 다니게 된다. 새롭게 열고 들어간 문 안에서 구성원이라는 이름아래 전 세대와 온 지역을 아우르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하루하루를 보낸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는 기쁨을 누리고, 남들과 같은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즐긴다.


하지만 한 달, 두달 또 다른 문을 열고 시작된 공간에서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감이 밀려온다. ‘아니 왜뭐 때문에?’ 공허함의 끝을 따라가보면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다다르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금 내가 어디쯤 왔을지 가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날, 문밖으로 나가 나에게 필요한 원동력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 해 봤다. 늘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주말에 맞는 나의 ‘삶’은 정작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정작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쉬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대학 앞에 수능 공부만을 해야했고, 학비 앞에 아르바이트만을 해야 했고, 취업 앞에 스펙쌓기만 바빴으니까 말이다. 쉬는 법을 몰랐다. 아니 주말에 잠시 쉬는 것도 마음에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어떤 에너지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고민 끝에 월급의 10%를 나에게 선물하기로했다. 어떤 책 한 구절처럼 나에게 선물을 해줄 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그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예쁜 옷을 살 수도 있고, 화장품을 살 수도 있고, 가방을 살 수도 있고. 온전히 나를 위한 10% 선물이었다. 


나에게는 정말 ‘잘쉬는 시간’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 온전히 혼자 있는 그시간 바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국내외 여행을 다니면서 내면의 나와 이야기할 수 있었고, 혼자 있는 시간에 좀 더 부단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30살, 31살 취업 후에 갖는 또 다른 고민에 조급할 때도 있지만 내가 나를 잘 아는 시간은 마음속 깊은 단단함을가져다 주었다. 맷집이라고 할까? 10%라는 수치는 작아보여도 회사생활에서 잃고 있던 나를 100% 에너지로 돌려주기는 충분했다.

단 1%라도 좋으니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선물은 포르투갈 포르투였다.

상벤투(Sao Bento) 기차역
상벤투(Sao Bento) 기차역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서 기차로 3시간이면 포르투 캄파냐 역에 도착할 수 있다. 포르투를 다 보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하다. 포르투 필수 여행 스팟은 루이스 1세 다리, 카이스다 히베라 강변 거리, 도우루 강변, 포르투 대성당, 클레리구스 성당과 종탑, 상벤투 기차역, 렐루 서점, 마제스틱 카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볼량시장이 있다. 포르투는 예쁘다는 말을 연신했던 도시였다. 역시 색감이 강한 도시는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후배가 생기면서 느끼는 감정 / ‘꼰대 vs 괜찮은 선배’ 아슬아슬한 고민

신입사원부터 5년 차 까지 어쩌면 인생보다 짧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면서 또 다른 공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신입사원(1년 차~3년 차) 때는 선배들이 뭐라 뭐라 하면 듣기도 하다가, 나랑 생각이 달라 갸우뚱 거리기도 하다가 때론 부당한 일에 화내기도 하고, 고군분투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쨘하기도 했다.

 처음 회사생활을 하며 날 섰던 감정은 서서히 줄어 들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잊혀가고, 업무는 익숙해질 때쯤. 내게도 후배가 생겼다. 3년 만에 막내 탈출! 얼마나 반가운가! 반갑다는 마음은 후배가 출근하고 5초 뒤 사라졌다. 어떤 말을 하자니 꼰대 같고, 또 말을 안 하자니 후배의 실수가 반복이 되고 즉, 말에 대한 고민에부딫혔다. 여기서 또 하나 나의 문제는 ‘착한 선배’가 되고 싶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신입사원 시절 누구보다 날 선 감정으로 회사생활을 했기에 ‘정말 저런 어른은 되지 않아지!’ , ‘난 괜찮은 선배가 될 거야!’라는 다짐을 스스로 했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듯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회사 생활은 팀 단위로 돌아가는 일이다. 막내부터 대리, 과장, 팀장 등 직급에 맞는 업무가 있다. 후배가 하는 업무가 후배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거나, 작아 보이더라도 회사는 팀이기 때문에 실수가 나면 안 된다. 하고 있는 업무 중 보도자료, 소셜미디어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 맞춤법 및 오탈자 등 작은 것부터 세심하고, 꼼꼼하게 일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신입사원 때는 대단히 큰 것을 할 수 없다.(없다는 건.. 너무 큰 부정이긴 하지만) 당장 3개월 차 신입사원에게 몇백억 짜리 프로젝트를 담당해 시키거나, 프로젝트를 따오는 실무진에 투입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품의서 쓰는 것조차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 것부터 학습하고, 익힌 후에 짬이 쌓여 가기 때문이다.


 취업이라는 레이스에서 ‘취뽀’를외치며 취업성공에 들어온 친구들은 열정과 혈기가 넘칠 수밖에 없다. 자칫 이 경우 사회생활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서 ‘회사생활은 이런 거였어’부터 자신 이속한 회사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첫 회사생활은 몇 달 하지도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도 많고, 20대, 30대 심지어 50대까지 여러 세대가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후배에게 수도 없이 했던 말은 ‘실수를 줄이자’였다. 여기에는 꼼꼼함이 뒷 바침 되어있다. 나는 한글을 잘 못한다. 특히나 맞춤법을 틀리는 일이 많았다. 틀렸어! 아니잖아! 여기 또 수정! 보고 또 봐도 왜 이리 틀렸던 부분이 많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들어온 후배에게 꼼꼼함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모를 수 있다. 한 번 두 번 같은 실수를 10번이나 반복을 하니 답답할 때도 있지만 후배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그런데같은 실수를 10번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틀리는 점, 꼼꼼하게 특히 봐야 하는 것들은 포스트잍에 붙여 책상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자주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 수를 줄 일 수 있다. 쏟아지는 업무를 머릿속으로 다 기억하지 못한다. 노트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놓는다. 일일 스케줄부터 일주일, 한 달 스케줄 등 보이는 곳에 적어 놓아야 한다. 


 업무 특성상 아이디어 회의를 굉장히 많이 한다. 아이디어를 내어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음번 아이디어는 건성건성으로 내라는 말이 아니다. 신입사원 때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부장님이 나보다 더 아이디어를 잘 내면 나는 화가 났다. (부장님이 싫었다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는 20대와 더 친숙한 것인데 '나는 왜 부장님보다 생각에 못 미쳤을까?'라고 늘 생각했다. 처음에는 짬의 문제라 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부장님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부단히 깊이 있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후배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트렌드 전선에 더 있기 위해. 이런 선배들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으면 에이~ 또 하고 낙담할 때가 많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왜 안되었는지 이유를 찾아보기도 하고, 설득이 부족했다면 부족했던 부분을 체크해봐야 한다. 

후배를 통해서 나의 선배들이 뜨문뜨문 떠오르기도 했다. 참 나 같은 후배 두고 있어서 힘들기도 했겠다는 생각? 후배를 컨트롤하는 것도 어쩌면 선배의 몫이다. 후배가 잘 못하면 팀 전체가 욕을 얻어 먹 수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신입사원 때 누구보다 날 선 감정으로 회사생활을 했던 내게 선배가 되어 가는 과정은 또 하나의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이렇게 선배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꼰대 vs 괜찮은 선배’라는 아슬아슬한 고민을 앉은 체 그냥 나는 그런 직장인이 되어 가고 있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포르투를 여행하는 사람들정말 부러웠다.이렇게 예쁜 도시를 함께 여행 한다니 말이다

'옛말에 말야'

'선배들이 말하는데'

'어른들이 그러는데'

믿기 싫었던 말들이

온 몸으로 느껴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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