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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Jun 30. 2023

Sorry

눈 녹듯이 풀어진 첫째 아이의 마음

첫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기 위해 컬리지 수업 도중에 일찍 나와 학교앞으로 갔다. 하교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잠시 뒤에 학교에서 나오는 두 아이들과 인사를 했다.


아이들을 아빠와 함께 집으로 보내고나서, 학교 뒷편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담임 선생님과 마주보고 앉았다.


선생님은 너무나도 앳되고 해맑은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내가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며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계셨다. 나는 아이가 힘들어했던 날의 감정상태와 아이의 혼란스러움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설명을 하면서 선생님과 일대일로 마주보고 앉아있는데 원어민 프리토킹 수업을 하고있나라는 착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 당시 나와 신랑은 전화 통화를 할때면 영어듣기 평가를 하는 착각이 들곤했고, 신랑은 집으로 판촉사원이 올때마다 그들의 긴 이야기를 끊지않고 모두 들어주었다. 판촉사원은 열심히 설명을하고 남편의 질문들에 성실하게 대답을해주었다. 그렇게 남편의 프리토킹 선생님이되어준 고마운 판촉사원은 안타깝게도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가야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프리토킹 수업 생각이 들다니, 나는 속으로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고는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그렇게 혼란스러웠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알기 어려웠다며, 학교에서 앞으로 어떤 지원들을 해줄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도 친절해서 마지막에는 정말로 눈물을 삼켰다.


선생님과의 긴 면담을 마치고, 다음 날 여전히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학교앞으로 갔다. 첫째 아이의 표정이 전날과는 사뭇 다르게 매우 밝았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처음으로 미식축구를 했고, 골을 넣었다고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 다니는 것이 괜찮아졌다고 했다. 나는 지난 몇일 간 쏟아부었던 시간들이 허무했지만 아이의 밝은 표정을 보니 안심이되었다. 그리고 몇일 뒤에는 같은 반 여학생이 학교 운동장에 있던 꽃 하나를 건네주었다며 이제는 정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캐나다에 도착하고 두달 정도가 되었을 때, 첫째 아이는 학교 친구와의 관계에서 작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또 다시 몇날 몇일의 낮과 밤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끊임없이 내게 항의를 해왔다.


아이의 불편한 마음들은
온전히 나에게로 왔고
나는 몇일동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첫째 아이가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다른 아이가 와서 공을 빼앗아갔다고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한두번이 아니고 여러차례 지속되었다고했다. 그 아이에게서 공을 다시 뺏어오라고 얘기해봤지만,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니까 그 아이와 똑같이 행동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첫째 아이는 혼자서 끙끙 앓았다. 나는 첫째 아이에게 그 아이에게 얘기해볼 수 있는 영어 표현을 알려줘봤지만 첫째 아이의 표정은 뾰루퉁했고 불만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 간신히 학교에 보내고, 나는 또다시 담임 선생님께 장문의 메일을 써야했다.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만약 첫째 아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 아이가 첫째 아이에게만 그런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명백한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으니 정확한 상황 파악과 상담을 원한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첫째 아이를 마중나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첫째 아이는 매우 밝은 표정으로 학교에서 나왔다. 첫째 아이는 나를 만나자마자, 자기가 직접 그 아이에게 얘기를 했고 그 아이가 Sorry 라면서 악수를 해왔다고 신이나서 이야기했다. 나는 첫째 아이 옆에서 걸어나오는 담임 선생님께 아침에 보냈던 메일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며 멎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첫째 아이는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캐나다의 학교에 적응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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