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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Oct 26. 2017

어딘가 특이한 심리상담



어딘가 특이한 심리상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 나는 친언니가 추천해준 트라우마 상담소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 날에는 난생 처음으로 심리상태 테스트를 받아보았는데, 결과표에 우울증세가 아주 심하게 나왔고,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낮게 나와서 조금 놀랐다. 첫 날에는 어색하고 덤덤하게 일상적인 말만 하다 나왔다. 상담을 해 주신 선생님은 내가 심리상담사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아주 달랐기 때문에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상담사를 생각했는데, 조금은 시니컬하게 보이는 선생님은 다행히도 나와 딱 맞았다. 생각 해 보면 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나를 무조건적으로 공감해 주는 상담사를 신뢰하지 못했을 것 같으니 정말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났던 것이 틀림없다.


두번째 상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나의 얘기를 물어보셨는데, 그렇게 슬픈 것 같지도 않은데 무슨 말을 하려고만 하면 이상하게도 목이 매여왔기 때문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상담 선생님은 우는 것도 트라우마 극복의 과정이라며 많이 울수록 좋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사람마음 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 주소:http://www.traumahealingcenter.org
*
 보통 상담센터는 상담 한 번에 10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나같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다.
사람마음 심리상담센터는 소득별로 상담비용을 "기부" 식으로 내기 때문에 저렴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실제로 1회차 상담이 끝나고, 진단서를 보며 본인이 상담비용으로 낼 금액을 직접 적게 해 준다.
홍보 아님


소리 내서 우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 호흡법을 알려주며 소리 내어 우는 법을 알려준 것도 상담 선생님이다. 과거의 일을 떠올릴 때 항상 가슴 사이에 꽉 막힌 불덩이가 지글지글 끓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소리 내서 우는 법을 배운 다음부터는 신기하게도 가슴 속의 불덩이가 조금이나마 식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흡연자임을 알게 되자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는 것은 트라우마를 달래는 호흡법과 비슷하다며 필요하다면 담배를 계속 피우라고 권장 해 주셨는데 나는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뭔가 다독임을 받는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번째 상담까지는 계속 울기만 하다 네번째 날 부터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사실은 내가 어딘가 잘못된 사람은 아닐까,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남자친구와 3개월 이상 연애한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말한대로 제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라며 심각해진 나에게 '원래 제대로 된 남자는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정말 이상한 사람은 상담받으러 안와요. 보통은 그 이상한 사람한테 상처받은 사람들이 와서 상담을 받아요.' 하고 시니컬하게 툭툭 던지는 선생님이 재미있기도 했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가 외롭다는것을 터놓는게 창피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내가 실제로 아는 지인이 아닌 상담선생님이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많이 외롭다는 내 말에 선생님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냥 누군가가 나에게 오늘 하루 어땠냐는 질문을 해 주고 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하며 말끝을 흐리는 선생님 앞에서 나도 웃어보이며 '맞아요. 어려운 일은 아닌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우스운게 너무나 외롭지만 또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고 싶지는 않아요. 웃기죠?' 라고 자조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람이면 누구든 자신이 마음을 열고 싶은 사람에게만 마음을 연다고 말해주었다. 외로움은 혼자서 극복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사실 외로움은 혼자서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밀을 말해주는 듯 말해주기도 했다.


상담이 계속되면서 점차 나는 선생님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계속 외롭냐는 질문에 '네. 그런데 사람은 원래 다 외롭잖아요' 라고 하니 선생님은 조금 놀라며 그런 대답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더 깜짝 놀라며 그럼 보통 뭐라고 하는데요? 하며 물었고, 선생님은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외로운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고 했다. 내 안에 조금씩 쌓여왔던 외로움이 터져 나오는 것 같은데, 그것을 별거 아닌, 모든 사람들이 전부 겪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는건 조금 슬프다며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을 잘 달래주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말 앞에서 나는 또 울었다. 


상담을 하면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될 수 있으며, 그게 슬픈일도 아니고 우스운 일도 아닌, 퍽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아무리 좋게 이야기 해준다 해도 나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하루 일과는 '스스로 칭찬하기'로 시작됐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나에게 이 방법은 꽤 잘 먹혔고, 나에게 웃음을 찾아주기도 했다. (대부분 내가 바보같아서 웃었지만)


'스스로 칭찬하기' 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바로 이렇다. 정말 별 것 아닌 일에도 나에게 칭찬을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는데 제법 먹을만 했다. 그럼 나에게 요리에 재능이 있다며 박수를 쳐주는 것이다. 이건 팔아도 된다.. 나는 일류다.. 난 역시 뭘 해도 잘한다니까.. 라며 주접을 떨어준다면 더 좋다. 이렇게 하다 보면 칭찬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뭐라도 더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주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먹고싶은 것을 사온다던가, 침대에 마냥 누워있기보다는 집 앞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글을 좀 써본다던가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내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비록 지금은 많이 아프지만 나 자신에게 극복할 시간을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찌됐든 결국 나는 이겨낼것이다. 나는 일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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