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종례 15화

핸드폰 끄기

by 이소망

2007년 검은색 폴라티에 청바지를 입은 외국인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전화와 mp3, 컴퓨터를 소개하는 사업 설명회였죠. 좋은 전화. 좋은 mp3. 좋은 컴퓨터를 그렇게 각각의 소개한 뒤 사실 이 소개한 세 가지 물건은 하나였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 물건이 바로 아이폰.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은 스마트폰의 세계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핸드폰은 시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었지만 아이폰의 등장은 그 전의 세상과는 확실히 다른 세상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만 가능했던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든 내 손 안에서 이루어낼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아이폰이었습니다. 이로서 모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영상도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이젠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전화에서부터 카메라, 은행업무, 결제, 본인인증까지 핸드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핸드폰을 하지 말고 잠깐 쉬자고 하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나요? 핸드폰 중독 초기 증상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부정적 측면, 해로운 점, 부작용 등을 이야기하고 그와 관련된 논문들과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런 사실들이나 증거들이 여러분에게 영향을 줄 순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의 긍정적인 측면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여러분은 책 보다 핸드폰을 먼저 손에 쥔 인류기도 하죠.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현재 세대들이 핸드폰 문화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핸드폰을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여러분에게서 핸드폰을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핸드폰이 여러분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그냥 무시하기엔 너무 많은 단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설명을 해줘야 하겠습니다. 핸드폰이 없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핸드폰 중독도 심각한 사회문제기도 하고 뇌기능의 저하 등의 문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버지니아 공대에서 연구한 '아이폰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감정을 교류할 때 핸드폰을 사용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입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글로리아 마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핸드폰 알림 소리에 응답한 뒤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되돌아가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핸드폰을 과도하게 사용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주의집중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핸드폰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러분의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 탄생하기 전의 세상은 사실 정신적으로 여유로웠습니다. 하루에 남는 시간이 많아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많이 제공했지요. 그 기회들은 자신에 대해 고민하게 해 주고 세상이나 미래를 탐구하게 해 준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과연 아름다운가?' '과연 우리의 세상은 어디로 향해가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등과 같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물어야 할 근본적인 물음들을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이 등장한 후로 사람들은 너무 바빠졌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너무 바빠졌습니다. 한순간의 여유도 없이 친구들과 연락해야 되고 인스타 올라온 새로운 소식들을 봐야 하고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웹툰 봐야 하고 유튜브에도 볼 게 너무 많죠. 빠르게 요즘 유행을 습득해야 되는 여러분들이 되었습니다. 요즘 누가 '나'와 '너' 그리고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겠습니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친구들이 와서 말할 겁니다. "너 진지충이냐?"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물음을 하는 것이 웃음거리가 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다 같이 없애고 핸드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핸드폰이 만들어내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닙니다. 때때로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하는 자식이 걱정돼서 핸드폰을 못쓰게 하는 핸드폰 금지캠프에 자녀들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핸드폰 없이 일주일을 살아보는 훈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캠프에 참여한 학생이 일주일을 핸드폰 없이 알차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뭘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핸드폰을 하는 겁니다. 핸드폰을 그만두는 것은 외부적인 힘으로 막기엔 이젠 어려워졌습니다. 외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지요. 그렇다면 핸드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셔야 합니다.

핸드폰을 잘 쓰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내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나의 의도적인 행동인가. 아닌가.’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자신이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의식 중에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여러분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

이것이 핸드폰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만약 잘 사용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때에 핸드폰을 사용하고 필요할 때에 핸드폰을 의도적으로 중지할 수 있다. 내 의지와 의도대로 잘 쓰고 있다고 확신된다면 핸드폰을 쓰는 것에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만약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됩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핸드폰을 열고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지요. 문제가 있습니다. 핸드폰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정답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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