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자인 잡상인 Jun 12. 2021

요즘은 왜 시트콤이 안 나올까?

일상 디자인 #13 : 어떤 소음












21년 4월 25일 연재분,

일상 디자인 #13 : 어떤 소음



지난 겨울, 서울과 수도권은 난데없는 폭설로 몇차례 홍역을 치뤘습니다.


저 또한 첫 폭설 떄 시내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근 30분 이상을 전철역까지 걸어가 퇴근해야했던 헤프닝을 겪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조난을 당하는구나 싶더군요)


출퇴근해야하는 직장인들, 특히 운전자들은 죽을맛이었겠지만-

때아닌 눈폭탄에 신난 사람들도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오리 분양글이 SNS를 수놓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로 몰려나와 눈썰매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누구에게는 더없이 난감한 상황을 가져다주었을 눈폭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남겼을 것이라 생각하면

묘합니다.


어릴적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는 구조가 조금 독특해서 아파트들이 언덕을 마주보고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즉, 눈이 오게되면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경사로가 꽤 훌륭한 눈썰매장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제 고향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눈을 보기란 근 3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의도치 않은 <주민편의시설>은 3년에 한 번 돌아올지도 확언할 수 없는

환상의 섬 같은 존재인 셈이니- 개장하면 얼마나 난리가 나겠습니까.


수 년을 잊고지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불쑥 떠오른 것은

코로나로 우울하던 나날 속에서 간만에 활력을 찾은 <이웃사촌>들의 모습을 본 탓이었을 겁니다.

집단이 아닌, 개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세상의 변화와 발맞춰 사람들의 주거행태가 변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점점 아이들이 자라는 소리나 이웃들간의 소통은 줄어들 것이고

<거침없이 하이킥>같은 가족 시트콤은 과거의 가족상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료가  될 것입니다.


개인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지표중 하나는 층간소음 문제입니다.

층간소음용 보복물건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심하게는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하죠.

제가 주목한 점은 층간소음, 혹은 기타등등, 집단생활에서 생겨나는 여러 민원이나 이슈거리들로

예민해져있던 사람들도, 이런 팝업 눈썰매장에서 생겨나는 복작복작한 소음에는 눈녹듯이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것입니다.


제 추억 속의 눈썰매장 같은,

이웃들간의 교류를 위한 <열린 공간>이

앞으로도 계속 동네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 때문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COEpsgOJAuQ/?utm_source=ig_web_copy_link

위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화는 스크롤 특성 상 인스타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