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얼굴에 검은 갈색 뿔테 안경
Y는 패셔니스타라고 해도 될 만큼 감각적으로 옷을 입고 다녔다. 항상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인사를 하곤 했다. 10살까지는 아기 같은 얼굴이 남아 있다. Y도 그랬다. 볼 때마다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짓게 했다.
아침 활동을 하기 위해 아이들은 8시 40분까지 등교한다. 그날따라 Y가 늦었다. 힘없이 들어오는 Y에게 "왜 지각했어?"라는 말 대신에 "지금 9시야."라고 한 마디 했다. Y는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앞자리까지 와서는 자신의 바지를 무릎까지 들어 올려 보였다.
"아니, 언제 다친 거야? 어쩌다 이랬어?"
Y는 어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났다고 했다. 상처에 아무런 처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아빠한테 말했냐고 물었는데, 아빠를 못 봤다고 했다. 일단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라고 보냈다.
Y는 아빠와 둘이 산다. 그날은 아마도 아빠가 늦게 왔고, 아침에 일찍 나가는 바람에 상처 난 것을 말할 시간이 없었을 거라 추측했다.
늦게 왔다고 주의를 주는 내게 다가와 가장 먼저 하고픈 말은 "내가 다쳤어요"라는 것이었다. 너무 짠했다.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다쳤어도 다쳤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보건실에 다녀온 Y는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했다.
그다음 날도 나는 Y에게 다리는 좀 어떠냐, 보건실에 가서 소독하고 올까 하고 물었다. 다행히 소아과 의사인 숙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제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있구나.'
학년 말에 학급 문집에 실을 설문조사를 했다. 그중에 '선생님이 좋은 이유?'라는 담임교사의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질문이 있었는데, Y는 이렇게 답했다.
"나랑 같은 성씨라서."
우리 반 아이들과 나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다 같이 웃었다.
'그랬구나. 너와 성씨가 같아서 좋았구나~'
학년이 바뀌고 나는 1학년 담임이 되었다. Y는 한 번씩 우리 교실에 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주기도 하고, 때로는 하릴없이 와서 인사만 넙죽하기도 했다.
"Y야 후배들 위한다 생각하고 책상 줄 좀 맞춰 주고 가~"
그랬더니 군말 없이 책상줄을 맞춘다. 그러곤
"선생님 제가 자주 와서 책상 줄 맞춰 놓고 갈게요."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나에게 다가와 상처를 보여 준 그날의 Y를 잊지 못한다.
Y의 마음이 오래도록 내 마음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