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sy Aug 18. 2024

3. 사실 나는 언제나 회피하고 싶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아 집에 가고 싶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관성처럼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죠.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 집이 마음의 집이 아니게 되면 얼마나 외로울까. 다행이다 나한테는 고향이 있어서.



​  얼른 부산 가고 싶어요. 이번주에 가지 않아? 요즘 마음의 여유가 없나 봐. 보통 고향 가고 싶다는 말은 힘들 때 말하게 되잖아. 맞아요.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어요. 딱히 어떤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런 생각해 보신 적 없으세요? 하루아침에 잠수 타고 떠나버리는 생각.


  사실 나는 언제나 회피하고 싶었다. 어떤 것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나를 내가 너무 잘 알아서. 회피하는 건 책임감의 결여다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단 한 번의 회피도 용납해주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지친 건 언제나 회피하지 않으려고 에너지를 썼기 때문이고, 모종의 이유로 회피했을 때 나를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흠흠 그래서 아무튼. 요즘은 회피와 안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에는 [안정]이라는 단어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마지막 가치라고 생각했었다.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유도 안정이잖아. 그런데 요즘의 나에게 안정은 회피와 안주같이 느껴진다. 너도 나도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완벽한 안정을 가질 수 있는가. 사실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틀 안에서,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안주하는 마음 아니던가.


  어른이 되는 건 참 지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에 안주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안주하지 않으면 에너지소모가 너무 크다. 젊음의 패기라는 것은, ‘오만함’에 눈을 가려 안주하지 않는 정신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나는 당연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 사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어떤 어른도 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진로고민 중이다.




예언가를 생각해보자. 예언은 다름 아닌 믿음을 약속하는 말이다.
예언가는 어떤 생각을 처음으로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 그 생각을 처음으로 믿고 그것을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직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자기모순에 빠져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후 예측의 오류에도 빠져들지 않는다.
[안티프래질, 나심 탈래브 作]




이전 02화 2. 그냥 끌려다니는 거지 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