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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너희 할머니 사랑해서 그래

by 시루

#7

기차에서는 글을 쓰며 계속 울었다.

하필 자리가 가족석이었다.



앞에 앉아있는 모녀는 2시간 내내 우는 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몇 번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얼굴을 정리했지만 나중에는 그마저도 포기하고 울었다.



너무 울어 코가 빨개졌다. 그 상태로 그냥 노트에 글을 썼다. 이렇게 적는 것 말고는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쓰자, 그제서야 울음도 펜도 내려놓았다.




#8

외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명절에 외할머니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이미 번쩍번쩍한 바닥을, 또다시 신나게 닦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늘 ”애들 불편하게… 그만하이소!“ 라며 역정을 내셨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당신 도와주려고 그러지” 하시면서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내가 왜 이렇게 하는 줄 알아? 다 너희 할머니 사랑해서 그래“



그 말. 그 말이 내 가슴에 박혔다.



그 말을 들은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할아버지의 그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을 한다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같은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닮고 싶은 어른이 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비록 그래서인지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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