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할아버지의 입관이 끝났다.
손자손녀들은 가지 않았기에, 우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들이 돌아왔는데, 다들 눈시울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입관이 참 그렇지… 너무 살아있는 사람처럼 잘 해놔서”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언니는 왜 옛날을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건데?”
나는 어릴 때 있었던 누군가의 죽음을 잘 기억하지 못했고, 동생은 나보다 어른인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부님이 오셨다. 우리도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릴 시간이다.
아들들, 사위들, 딸들… 신부님이 호명하는 순서대로 절을 두 번씩 했다. 그리고 다시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우는 할머니의 등을 껴안고 계속 두드려드렸다.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울면 안 된다. 누군가는 굳건히 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모르겠다. 그렇게 나 혼자 강한 척 있어야 했나 싶지만, 그냥 그때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손 손톱으로 손바닥을 찔렀다 피가 나도록. 그래야 정신이 드니까. 육체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을 덮도록.
할아버지, 저는 웃으며 보내드리고 싶어요.
잘 가세요.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