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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나이가 들면 뭐가 그리 달라진다고

by 시루

#14

둘쨋날 아침이다. 어젯밤 기차에서 너무 울었더니 눈이 퉁퉁 부었다. 준비를 하고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내리는데 엄마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코도 팽하고 푸는 소리.



“엄마.. 울어?”

“아니, 환절기 비염 너무 힘들다.”



역시 우리 엄마는 강하다. 겉으로 보면 가장 유약해 보이는데, 늘 한결같이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해 보이는 이모가 할아버지 병원만 가면 그렇게 우셨다. ‘엉엉’이 아니라 강해야 했던 사람의 조용한 울음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어제 하필, 이모는 이모부와 병원검진이 있어 멀고 먼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두 분은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장례식장에 늦게 도착했다.

이미 토끼눈처럼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서는.




#15

손님은 꾸준히 왔다.



나는 와주신 손님들에게 ‘잘 웃자, 웃는 얼굴로 감사드리자’ 마음으로 계속 빵실빵실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외할아버지의 친구분들이 오셨다. 아흔에 돌아가신 외할어버지의 친구분들이다. 식사자리를 내드리자 외할머니도 인사를 하시겠다고 오셨다. 나는 두 분의 할아버지를 보자 왠지 서러워 이번에는 잘 웃지 못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이번에는 외할머니의 친척언니(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정확하지 않다) 분께서 겨우 걷는 걸음걸이로 오셨다. 절은 커녕 빈소 턱을 넘는 것도 힘들어하셨기에, 먼발치에서 영정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셨다.



“좋은 데 가시겠지요? 거기서는 좀 쉬소”



그 모습에 나도 눈이 뜨거워졌다.



나이가 든다는 건 대체 뭐가 달라지는 걸까.



우리는 똑같이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그리워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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