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화환과 근조기가 넘쳤다. 역시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직업들이 좋다 싶었다.
빈소의 할아버지 영정사진 옆에는 당시 대통령 이름이 써져 있는 상패가 있었다. 할머니 옆에 앉아 물었다.
“저거 언제 받으신 거예요?”
“할아버지 은퇴하실 때 받았지. 저거 받고 너무 좋아하셔서, 1층에서 사람들 만날 때마다, 자꾸 저거 보여주겠다고 사람들을 집에 데려오셨어”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내가 이 말을 했던가?
이런 상을 받으셨던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할머니집에는 늘 막내삼촌의 사시 합격증서와, 나를 포함한 손자손녀들의 졸업사진 액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랑의 방향은 왜 위에서 아래로일까 늘.
내가 부모, 조부모를 사랑하는 것보다, 늘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느낀다. 사랑….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할머니의 마음에 항상 차지하던 사랑이 없어져버렸는데… 어떻게 채워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첫날이 지났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너무나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