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면 이러한 가치에 모든 것을 거는 용기가 필요하다
로봇은 신앙이 필요하지 않다.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신앙을 가지려면 용기 곧 위험을 무릅쓰는 능력, 고통과 실망조차도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생활의 일차적 조건으로서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는 자는 신앙을 가질 수 없다. 격리와 소유를 자신의 안전책으로 삼는 방어 기구에 칩거하는 자는 누구든 자기 자신을 죄수로 만들게 된다. 사랑받고 사랑하려면 용기, 곧 어떤 가치를 궁극적 관심으로 판단하는 그리고 이러한 가치로 도약하고 이러한 가치에 모든 것을 거는 용기가 필요하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作
시간은 빠르고 마음은 느리다. 오랜만에 선릉에 온 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펼쳐진 테헤란로를 혼자 걸었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하면서 변해버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른의 본능일까? 너는 항상 여전하네 라는 말을 들음에도 나 자신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가장 크고 규칙적인 변화는 나의 머리카락이다. 한 때 어떤 사람은 너는 왜 앞머리를 넘기지 않냐고 물었다. 약간의 시도를 해본 날 다른 사람은 앞머리를 넘기는 게 못난 건 아니지만 다시 내리라고 장난 담긴 농담을 건넸다. 그리고 나는 이제 왜 넘기지 않냐고 물어본 사람과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다시 내리라고 장난친 사람이 내 옆에 있다. 그러나 앞머리는 넘겨져 있다.
“인생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다 “
얼마 전 대화에서 외숙모는 먼 곳을 보며 나에게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녀 또한 문장을 뱉으며 본능처럼 과거를 잠시 되짚어봤으리라.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길조차도 아니었음을 이내 깨닫게 되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또한 나의 손에 이미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랑은 영원하지 않으며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그대는 어느 순간 저 멀리 가있지 않던가. ’ 당연한 건 없더라고 ‘ 그게 인생이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 그래서 나는 글이 좋아졌다. 잘 쓰지 못하더라도, 약간의 외로움과 그것을 인정하면서 얻는 자유로움에서 나는 그래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제 겨울이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 왔다. 내가 가장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