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먹으면 이런 기분일까
몇 년 전이었던가, 친구와 재미로 신년사주를 보러 갔다. 인터넷에 대충 검색을 해서 발견한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있는 곳이었다. 집 안에 들어가니 30대 중후반 정도의 젊은 남자도령이 있었고, 보통 나이 드신 여사님들이 봐주시는 사주만 겪어본 우리는 당황함을 숨기고 방석에 함께 앉았다. 그리고 더 당황스러운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는 사주가 아니라 신점을 보는 곳이라는 것이다(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간 내 탓이 크다). 그는 이름 석자만 물어본 후, 한참 동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던졌다.
“넌 뭐가 그렇게 잘났어? 세상이 다 네 것 같지?”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먹으면 이런 기분일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도령의 눈을 천천히 응시했다. 그는 내 리액션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비난인지 비판인지 조언인지 당최 모르겠는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본인이 잘났으니까 하는 말인 것 같지만, 뭐가 그렇게 자신 있어? 힘들어도 별로 티도 안 내지? 애초에 힘들어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복은 또 기가 막히게 있네 참.”
포장된 말보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원색적인 비판 앞에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옆에 있는 친구도 당황하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컨셉이 욕쟁이 할머니 느낌인가? 그러나 친구차례가 되자 아주 상냥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네가 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말이다. 저기요, 저는요?
교실에서 혼자만 칭찬받지 못한 학생마냥 뾰로통해질 수도 있겠으나, 나는 원래부터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저 도령도 그걸 알았을까). 솔직하게 내 안의 어떤 부분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오만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오만함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한들 나는 이런 나와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일기장에서 나는 오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보기로 한다.
많이 재수 없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감안하고 따뜻하게 읽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