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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Apr 05. 2020

민간어린이집 도전기. 경험.

커가는 아이, 안정되는 하루 속에서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시간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하루가 다르게 이뻐져 갔다. 아침마다 형형색색의 머리핀과 끈을 어찌할 바를 몰라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며 낑낑 댔다. 삐져나온 잔머리는 차분해지고 한바탕 놀면 망가지는 머리가 단단히 고정되어 갔다. 의성어, 의태어, 단발적인 단어 표현력에서 의미 있는 단어들의 사용 횟수가 늘어났다. 무채색과 같은 표정, 새하얀 종이짝 같았던 웃음을 짓던 아이. 얼굴에 감정이 담기고 마음이 담긴 표정을 보여주면 깜짝깜짝 놀라는 날이 늘어만 갔다. 단지 그림놀이와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다양한 색깔을 고르고 동물 이름과 특징들을 말해주었다. 원에서 배운 율동을 할 때마다 어찌나 귀엽던지...... 양팔로 자기의 어깨를 매만지면서 사랑해를 표현하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나간 아이의 시간에 아쉬우면서, 아이의 성장에 놀라워하는 나날들이 늘어만 갔다.           





자유롭지만 엉망인 시간들. 아이와 단둘이 흘러가고 정해야 했던 독박 육아 속에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피드백을 한다는 건 기쁨이었다. 신랑과는 공유할 수 없는 내용을 나누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아침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내가 결정하고 케어하고 나아가가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피해를 줄 주도 모른다는 압박감)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눈뜨면 갈 곳이 있고 정형화되어가는 하루 일과는 안정 욕구를 채워주고 있었다. 하원길 담임선생님과 간단한 얘기를 나눈 후 즐겁게 놀고 온 아이에게 인사하며 오는 길에 간식을 사 오기도 했다. 아이챌린지 호비 교구를 이리저리 만지고 놀이 타임을 가지는 게 가능해졌다. 1초 이후의 상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잔잔한 상태를 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져갔다. 종종 하원 하며 동네 키즈카페, 놀이터, 호텔 카페에 가보기도 하면서 동선은 점점 넓어져만 갔다.



아이가 등원하자 개인 시간이 생겨났다. 가만히 멍하게 있으면서 정적을 느끼고 싶었다. 밀린 살림과 아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고, 어린이집 블로그 안에 있는 사진들과 공지들을 확인해야 했고, 키즈노트(전자 알림장)를 일일이 챙겨서 발달사항을 확인하고 체크하고 소통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어린이집을 이동할 수 있는지 아이사랑 홈페이지와 맘스 00 카페, 지역맘 카페를 전전하면서 알아봤다. 혹시나 아이가 아프거나 할 때는 엄마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하며,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은 어린이집인 상태였다. 신랑이 중간중간 전화나 카톡으로 퇴근시간이 바뀌었거나, 회사 일정 변동사항을 전달하고 부탁했던 일들이 되지 않을 때 상황 얘기를 전달해 주었다. 생활용품, 아이 물품을 준비하다 보면 브랜드마다 장점이나 스타일이 천차만별 각양각색이 이었다. 성분, 함량이 다 달라 헤매는 시간이 늘어났고 결정을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맘에 드는 게 있다가도 동네에서 인기 있는 유행이 달라 확인하고 주문해도 배송상태 불량이나 아이한테 맞을지 일일이 체크하다 보니 끝이 없었다. 그러다 거울을 보니 불어난 몸,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초췌한 얼굴이 비쳤다.  엉망인 내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은 넘쳐나고 그중에 할 수 있는 것과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일일이 찾아내는 낮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 4시가 다가오면 다시금 마음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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