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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May 17. 2020

같은 공간 속 각기 다른 세계관의 만남? 충돌?

가족의 달 5월. 지인, 친정, 시댁. 좀 더 넓은 공동육아.


도우미 이모가 끝났다. 두려웠다.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겨우 잡아놓은 하루 일과가 또다시 헝클어질 텐데... 아빠와 하늘이와의 일상이 함께 포개어질까? 끝없는 질문의 꼬리물기가 이어졌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가족의 달’이라는 릴레이 행사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오, 마이 갓. ’ 누구도 지휘관을 맡지 않는다. 있어도 뭉쳐지지 않는다. 신랑도, 도우미도, 조리원도, 어린이집도, 입장은 다르지만 '육아'라는 한 가지 목표가 분명했다. 이번엔 다르다. 각자의 생각이 가득한 개인들이 모여 한자리에서 행사를 치러야만 한다. 이제 인터페이스 모드 끝나고 초반 입문인가.  




지인 끌어들이기 공동육아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기를 키우지 않는 친구들. 부담감 없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약속 날짜와 시간을 잡는 것부터 미묘한 느낌 들었다. 카톡 화면 너머에 생각과 상황이 보이진 않지만 조용히 충돌하고 있었다. 사양만 해서는 모여지지 않았기에 적당한 밀어붙임이 필요했다. 주말이 좋다는 친구. 평일이 좋다는 친구. 근로자의 날 저녁에 보게 되었다. 베트남 요리를 먹자고 말했다. 요구르트에서 이벤트로 받은 시리얼을 나눠갖자 했다. 한창 유행인 닌텐도 동물의 숲을 하고 놀 분위기가 몰아가고 있었다. 또 다른 친구에게는 달고나 커피를 해 먹고 다 같이 영상 티타임을 갖자고 했다. 항상 늦는 친구가 일찍 왔다. 친구가 오자마자 게임을 해도 되냐며 앉은자리에서 격렬하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미묘했다. 이 건 뭘까? 옆에서 하늘이의 머리를 말리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음료 선물과 예전 생각이 물씬 나는 옷을 입고. 밥을 주문하면서 그 전모 임보다 덜 긴장되는 분위기였다. 쌀국수, 나시고랭, 뿌 팟퐁 카레 덮밥. 먼저 밥을 먹은 신랑과 아이는 저만치 빠져 있었고 우리끼리 먹는 자리에 하늘이가 조금은 먹을 수 있는 그릇이 놓아져 있었다. 쌀국수를 둘로 나누자는 친구에게 개인접시로 먹는 게 좋지 않냐고 했다. 문득 집게와 국자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사회생활 얘기를 들으며 점차 의식이 혼미해졌다. 그 생기과 공격성 넘치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눈앞이 침침해졌다. 그 옆 친구는 새우에 손을 못 대고 있었다. 밥상을 치우려고 하니 ‘누구 바쁘네?’라는 소리가 들리고 원지 모를 싸함에 ‘치우라고 안 할 테니 가만히 앉아 있어요~ ’ 하고 웃어 보이고 치웠다. 마카롱과 과일을 간단히 디피해서 커피와 함께 티타임을 하며 동숲에서 각자의 자랑이 이어졌다. 화려하고 멋있게 꾸민 동네, 각 잡혀 정리되고 모양 잡혀 꾸며져 있는 친구들 동네를 보다가 자리하지 못한 친구에게 영상통화라는 걸해 보기로 했다. 서로들 어색해했다. 통화를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뭘까? 이 분위기? 웃고 떠들고 오래간만이야~ 하 놀 줄 알았는데 겨우 겨우 한 번씩 통화를 마쳤다. 그 사이 하늘이와 아기자기하게 속닥이며 게임을 하고 있는 친구와의 친밀한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끼고 싶어 하는 신랑이 몇 번 맴돌다가 튕겨져 나감을 느꼈는데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가 울고 난리가 났다. 급하게 배달을 주문하고 아이를 돌보니 영혼이 날아가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엔 신랑이 없었다) 갑작스 접시를 세팅하고 음식을 차리고 나를 챙겨주었다. 친구들이. 정신없이 시켰는지 반반 이어야 했던 보쌈 족발은 족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너 힘들어하는 거 같으니까 밥만 먹고 가야겠다”라는 말을 언뜻 들었다. 하늘이 핑글 돌고 영혼이 날아가 있는 상황이 될 때쯤 다들 긴장을 풀고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랑도 잠시 끼어 놀다가 어느새 스리슬쩍 앉아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자리에서 내 얘기를 몇몇 마디 꺼내놓았다. 어쩌다 나온 목동 엄마들 얘기에 그래야 하는 건가? 나도 목동 엄마를 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 감이 들었다. 그제야 내 약간의 아쉬웠던 얘기들을 했다. 뭘 하려고 해도 알아야 한다고, 검색 프로그램이 있으면 뭐해? 단어를 알아야 검색을 해서 알아보지. 올리브영이 옆에 있으면 뭐해? 각 도구의 사용감을 알지를 못하는데... 아쉬운 얘기들을 뱉은 지 1시간쯤? 친구가 일어났다 한쪽 친구는 얘기를 더 들을 수 있는 느낌인데... 그렇게 아쉽지만 피곤했던 출산 후 친구 모임을 마쳤다. 끝마침의 느낌은 좋았다. 점점 차지는 살갛에 온기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친정 끌어들이기 공동육아



장소는 우리 집.


친정엄마는 마포농수산물센터에서 대게와 새우를 쪄서왔다.

나는 집에서 파파존스 콤비네이션 피자를 시키고 사이드로 치즈스틱, 치킨텐더, 윙봉을 주문했다.

식탁에서의 위화감이 들었다.


친정엄마와 신랑은 식탁에서 바로 술을 한잔씩 하고 싶어 했다.

나는 아이와 삼촌과 함께 닌텐도 전원을 켜고 동물의 숲을 하고 싶어 했다.


친정엄마는 빨래를 널고       

나는 마음이를 돌보고 재우고

삼촌과 아빠는 간단한 술자리 담소를 나눴다.

한참을 떼쓰던 하늘이는 마지막에 삼촌의 옆자리에 안착했다.


고량주에서 양주까지 한번 더 먹느니 마느니 하는 어디서 많이 본 실랑이 끝에 간단히 정리하고 마쳤다.


친구들 모임 때와는 다른 강도 높은 피로와 뭐라 표현하기 힘들고도 생각하기 싫은 이질적인 불쾌감에 빠르게 잠을 청하고 싶었다.


시댁 끌어들이기 공동육아


형님 거주지 인근 고깃집


아무 준비 없이 편하게 가고 싶은 신랑.

부모님을 모시고 자리를 마련한 형님을 생각해서

예쁘게 차려입고 양손 가득 선물과 용돈을 들려 보내고 싶은 나의 마음.

나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하늘이를 돌보고 놀며 놀이방에서 뛰어놀고 맛있게 밥 먹은 이야기.

부모님과 담소를 나누며 고기를 굽는 형님, 세 아이를 돌보며 고기를 굽는 아주버니.

돈다발 꽃 케이크를 가운데 놓고 아이들과 한껏 웃는 가족사진.

큰 수박, 사과, 오렌지, 소고기까지. 한 다발 안고 신랑이 돌아왔다.



이유를 규정할 수 없는 답답함으로 숨이 턱턱 막히고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50일도 되지 않은 아이 곁을 떠날 수 없기에, 응급처치 가능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여행이 불가능하다. 호텔링도 불가능하다. 쇼핑으로 해결될게 아니다. 미용실은 아직 시기상조다. 마사지는 과하다. 그래 에스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마트 마사지 샾에 예약을 넣었다. 당일 예약이 어려워 다시 한번 패배감을 느끼고 포기하려는 샾 원장님이 어린이날에 가능하다는 돌파구를 알려주었다. 다녀온 신랑은 뻗고 하늘이는 놀 마음이 충만했다. 겨우 재운 아이를 놓고 황급히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 갈 데가 없다. 조금은 번화하고 자연이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공원. 서울식물원을 걷고 생활의 때가 아닌 사회의 향기가 물씬 나는 사람들 속에 묻혀 차갑고 습한 밤바람이 코끝을 타고 '그때'의 향수를 자극하고 나니 가슴이 풀어지고 있었다. 우유 한 방울, 설탕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받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인스타용 사진을 찍고 포장된 팬케이크를 들고 택시 안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고서야 짧은 자유를 잡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하얗게 탄 신랑을 욕실로 보내고 아이를 달래고 첫째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나 한입, 하늘이 한입 먹고 나머지 팬케이크는 버려졌다. 다시 육아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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