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능력 + 수리능력 CC.1
수치가 설득이 되려면, 문장이 필요하다.
문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수치가 필요하다.
AI는 이 둘을 더 가까이 붙여준다.
“말은 잘하는데, 왜 설득은 안 되지?”
팀 발표가 끝난 뒤, 동료가 던진 이 말은 꽤 오래 귓가에 맴돌았다. 분명 발표를 준비하면서 흐름에도 신경을 썼고, 말하는 속도나 표현 방식도 사전에 몇 번이나 리허설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발표 후 피드백 시간에 나온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래서… 저 숫자들은 뭘 의미하는 거예요?”
“그건 감이라고 하셨는데, 데이터랑 어떤 연관이 있죠?”
말을 조리 있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한 말은 근거 없는 주장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분명 도표와 수치는 슬라이드에 넣었지만, 말과 연결된 해석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로서는 나름대로 수치를 검토했고, 설명도 붙였다고 생각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숫자가 왜 중요한지", "어떤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없었던 셈이다.
이날의 피드백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직감했다. 단지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내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수치와 언어를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후 나는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연습에서 벗어나,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훈련을 시작했다. 말과 숫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작은 실험들이 시작된 것이다. 이 글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피드백 이후 나는 발표를 다시 복기했다.
슬라이드를 열어보니 숫자는 많았다.
예산표, 만족도 설문 결과, 시장 점유율 비교…
데이터는 분명 있었지만, 정작 그 숫자들이 말하고 있는 바를
내가 말로 풀어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숫자는 보조가 아니라 메시지의 중심이었다.
그 중심을 감싸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한 슬라이드에 이런 표가 있었다.
항목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
고객불만건수 120건 105건 82건 65건
나는 이걸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보시는 것처럼 불만 건수가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감상'일 뿐, 이유와 연결된 서사가 없었다.
이제 나는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1분기에는 CS 응대가 전담체계 없이 진행됐습니다.
2분기부터는 전화 응대 매뉴얼을 배포했고,
3분기에는 전담 직원이 배치됐습니다.
특히 4분기에는 응대 후 ‘콜백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고객 신뢰가 회복되며 불만이 크게 줄었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이런 인과의 흐름을 설명하면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 속에서의 전환점이 된다.
또 다른 예는 예산 항목이었다.
처음에는 “이 항목에 1,500만 원이 사용됐습니다.”라는 식으로 언급했지만
이 숫자의 의미를 말하지 않으니 듣는 사람은
“많다” 또는 “낭비됐다”는 느낌만 받는다.
그래서 나는 바꿨다.
“전체 예산의 18%였던 콘텐츠 제작비는
이용자 전환율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전환율은 평균 3%였는데, 콘텐츠 삽입 페이지에서는 7.8%였습니다.
즉 이 비용은 전환율 두 배 이상의 효과를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명은 예산 숫자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숫자가 타당하고, 앞으로도 유지 혹은 확대할 이유가 있는지를
맥락과 함께 설득하는 방식이다.
그날 이후 나는 발표를 준비할 때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1. 이 숫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2. 이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기준으로 정리하자
슬라이드는 절반으로 줄었고,
발표 시간은 줄었지만 이해도는 높아졌다.
회의를 마치고 팀장이 말했다.
“오늘 발표, 말보다 숫자가 설득하네.”
그러자 다른 동료가 받아쳤다.
“아니야, 숫자가 아니라 말과 숫자가 함께하니까 설득이 되는 거야.”
그때 알았다.
숫자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말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저 ‘무거운 침묵’이 된다는 걸.
그리고 말 역시, 숫자 없이 떠돌면 ‘근거 없는 주장’이 된다는 걸.
NCS 직업기초능력에서 ‘수리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은 각각 독립된 항목이다.
그러나 실제 업무에서는 이 두 능력이 언제나 동시에 작동한다.
특히 보고서 작성, 회의 발표, 기획안 제안, 의사결정 자료 정리 등
자료 기반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두 능력의 결합 없이는 설득력을 갖추기 어렵다.
수리능력이란 단순히 계산기를 잘 두드리는 기술이 아니다.
NCS에서 정의하는 수리능력은 다음 세 가지로 구성된다.
1. 기초연산능력 – 숫자 계산, 단위 변환
2. 도표해석능력 – 그래프, 표, 수치 자료의 의미 이해
3. 수학적 사고능력 – 수치 기반 문제 해결 및 판단
즉, 수리능력이란 숫자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숫자는 본질적으로 의미 없는 기호다.
하지만 그 기호들 사이의 변화, 추세, 차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의사소통능력은 단지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다.
NCS에서 정의하는 핵심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문서이해능력 – 문서 내용 파악
2. 문서작성능력 – 보고서, 기안서 등 공식 문서 작성
3. 의사표현능력 –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
4. 경청 및 회의능력 – 타인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 주기
즉, 의사소통능력은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전 과정의 힘이다.
이 두 능력이 함께 작동하는 전형적인 예는
보고서나 발표 장면에서 나타난다.
예시:
수리능력으로 고객 불만율이 3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의사소통능력으로 그것이 어떤 조치의 결과인지 설명하고,
향후 조치 계획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면,
이 자료는 단순 보고가 아니라 ‘전략 제안’이 된다.
또한, 수치를 활용해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은
단순한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자료 기반 사고(data-driven thinking)를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것은 신뢰를 만든다.
다음과 같은 직무 상황을 떠올려보자:
영업직: 매출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설명하면서 전략을 제안
기획직: 시장조사 수치를 해석해 타당성 있는 기획안 제시
관리직: 예산 사용률을 근거로 부서 운영 계획 조율
고객상담: 만족도 수치를 기반으로 개선 방향 도출
모두 숫자(수리)와 말(의사소통)이 동시에 요구되는 장면이다.
수리능력은 말에 힘을 실어주고,
의사소통능력은 숫자에 맥락을 부여한다.
NCS 직업기초능력은 이 둘을 구분해서 설명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숫자만 읽는 사람도, 말만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숫자와 말을 연결해,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제 숫자와 스토리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동료를 얻었다.
바로, AI다.
AI는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숫자에 맥락을 입히고, 설명을 정리하고, 설득 구조를 만들어주는 조력자다.
ChatGPT나 Copilot 같은 생성형 AI에게 수치를 넣고
“이 데이터를 요약해줘”라고 말하면,
단순 수치 나열이 아니라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해석한 문장을 출력해준다.
예시:
입력 데이터
A사 월별 고객 유입 수 1월: 1,200 / 2월: 1,350 / 3월: 1,500 / 4월: 1,800
AI 요약
"1월부터 4월까지 A사의 고객 유입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3월 대비 4월의 유입률은 약 20% 상승하여 마케팅 강화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순히 ‘수치 요약’이 아니라 해석된 요약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수리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맥락을 제공한다.
숫자는 눈으로 보아야 설득된다.
AI는 이제 시각화 툴과 연결되어, 말과 숫자가 동시에 작동하게 돕는다.
Flourish: 입력된 엑셀 데이터를 드래그앤드롭만으로 인터랙티브 차트로 구현
Canva AI: 차트를 넣으면 자동으로 발표에 맞는 스토리 구성을 제안
ChatGPT + Mermaid: 데이터 흐름도를 코드 없이 설명만으로 그려냄
예전에는 “차트를 그려야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려요”라며
보고서 제출이 늦어졌지만,
이제는 AI가 ‘보고서에 넣을 만한 데이터 흐름’ 자체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은 올해 8.2%에서 10.6%로 상승했으며,
이는 경쟁사 B사의 1.4% 감소와 대비됩니다.
시각적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문장을 ChatGPT에게 요청하면,
그에 맞는 표 형태의 수치 요약 + 문장 해석을 동시에 만들어준다.
이제는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면서도
“이 데이터는 이렇게 말로 표현해줘”라고 지시하면
말과 수치가 동시에 정리된 스크립트를 얻을 수 있다.
즉, 프레젠터가 아니라 전략가로서의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직무 AI 활용 사례
영업 거래 데이터 분석 후 요약 문장 자동 생성, 영업자료에 스토리 연결
마케팅 고객 행동 데이터 기반 보고서 자동 초안 작성
인사 연봉표, 복지 지표에 대한 설명자료 자동화
교육 훈련성과 수치 → 교육 효과 분석 리포트 자동 구성
AI는 '데이터 해석의 대리자'가 아니라,
해석을 돕는 언어 번역기에 가깝다.
숫자의 언어를, 말의 언어로 바꿔주는 중간다리가 되어주는 셈이다.
말과 수치는 ‘이과’와 ‘문과’의 영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이 둘을 더 이상 나누지 않는다.
AI는 숫자에 이야기를, 이야기 속에 숫자를 넣는다.
그리고 이 연결은 사람을 설득하는 힘으로 전환된다.
보고서에 숫자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면,
그건 숫자가 아니라 맥락이 부족했던 것이다.
좋은 데이터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숫자는 기초이고, 그 위에 말이 구조를 짓고, 맥락이 의미를 만든다.
수치만 가득한 보고서는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왜 이걸 말하는지’를 모르면 사람들은 집중하지 않는다.
반대로, 말만 많은 발표는 ‘근거가 없는 주장’처럼 느껴진다.
설득력 있는 업무 커뮤니케이션이란
"왜 이 수치를 보여주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이 수치가 어떤 결정을 돕는가"에 대한 내러티브,
그리고 "이 수치가 담고 있는 맥락"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리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의 융합이다.
이제 우리는 완벽한 설득을 위해 혼자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
AI는 숫자의 흐름을 설명해주고,
말의 설득력을 다듬어주며,
청중에 맞는 구조로 재조합까지 해준다.
사람의 역량은
"이 수치가 무슨 의미지?"라고 묻고,
"이걸 어떻게 말로 풀어야 설득될까?"라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AI는 그 질문에 초안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존재다.
보고서, 발표, 제안, 보고, 전략, 기획, 피드백, 상담…
어떤 업무든 결국은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리고 설득은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이해할 수 있는 수치
납득할 수 있는 설명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는 능력,
그것이 오늘날 모든 직업인이 가져야 할 융합역량이다.
나는 커리어 연구자로서,
수많은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 보고서, 발표자료를 리뷰해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말을 잘하는 사람’과 ‘숫자를 잘 다루는 사람’은 종종 다르다는 것을.
그러나 진짜 커리어의 전환점은
그 둘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수치로 흐름을 만들고,
말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언제나 ‘핵심’이 된다.
수치가 설득이 되려면, 문장이 필요하다.
문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수치가 필요하다.
AI는 이 둘을 더 가까이 붙여준다.
그리고 당신은,
이 둘을 묶어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일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