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는 은이가 작가가 된 건 알고 죽었나요?” 사장이 물었다.
“뭐… 그럴 거라 생각해요. 아퀴나스 신부와는 연락을 주고받았을 테니 말하지 않았을까요?”
“죽은 성호 씨도 당신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 소설을 읽은 건 단 두 명이예요. 재석이 녀석과 수호 녀석. 작가라는 호칭은 가당치 않아요.”
“아니, 작가 맞아요. 제 기준에는 그래요.” 사장이 힘주어 말했다. “자기는 좋은 작가예요. 요즘 자기 작품 얘기 듣는 게 얼마나 즐겁다고요.”
나는 쑥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별 거 아닌 작품이지만 남겨놓았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다시 한번 간절히 들었다. 그랬더라면 저 마음씨 좋은 카페 사장이 얼마나 재미나게 읽어주었을까?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더 감사하죠.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요.”
그 말을 하는 사장의 표정은 왜인지 꽤나 슬퍼 보였다.
“기쁘다기보다는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자기를 보면 아주 옛날에 알았던 친구가 생각나서 그런지도 몰라요.” 사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무슨 질문으로 이어가야 하나 순간적인 고민에 휩싸였다. 사장이 내 손등을 두드렸다.
“그런 비장한 표정 지을 거 없어요. 들어봤자 큰 재미가 없는 이야기라서 안 들려줄 거니까.”
‘사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내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잘 알죠?’ 나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던 얘기나 마저 해봐요. 소설이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것 같은데요?”
사장의 채근에 얘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재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