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은 성호의 죽음에 대해 내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뭘 알아낸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알아낸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뭔가 알아낸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나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꽤나 당당하게 대답했고, 재석은 만족감을 표했다. 재석이 조만간 만나서 얘기하자고 말했고, 나는 요즘 일이 바쁘니 한 달 정도 후에 만나자고 말했다. 재석이 동의했고 그렇게 통화를 끝냈다.
“알아낸 것이 있다고요?” 옆에서 듣고 있던 사장이 턱을 괴고 나를 보며 웃고 있다.
“한 달 남았어요. 한 달 동안 뭐라도 알아내야 해요.” 내가 비장하게 대답했다.
“나도 도울게요. 뭐부터 할까요?”
“글쎄요,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겠죠?”
뭘 어떻게 알아내지? 아니 무엇보다도 알아낼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 사진 속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확실히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내면 된다.
“그 사진이 실렸던 칼럼을 쓴 전직 아나운서에게 메일이라도 보내보는 건 어때요?”
“은퇴했는데 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아내죠?”
“신문사에 물어보면 안 될까요?”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같았다. 이 정도라도 하면 재석에게 뭐라도 할 말이 있겠지 싶어 나는 저장해 놓았던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눌렀다.
‘삭제되거나 없는 페이지입니다.’
“사장님, 기사가…“
“이상하다…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했는데도 그 기사가 안 나오네요?” 사장도 휴대폰을 들고 검색하고 있었다.
“기사 인터넷 주소를 저장해 놨었는데… 이것 보세요.” 내 휴대폰을 사장에게 내밀었다.
“얼마 전에 올라온 기사 아니에요?” 사장이 당황한 듯 내게 물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요. 언제 올라왔던 기사인지요.”
“사진은 남아있잖아요? 기사도 캡처해 놨어요?”
“아뇨. 사진 이미지만 저장해 놨어요.”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헛것을 보았나? 아니, 그렇다기에는 성호도 기사를 보고 재석에게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던가? 아니, 그건 확실치 않다. 성호가 사진을 입수한 경로는 재석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호가 나와 같은 기사에서 이 사진을 입수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녀석은 어디서 어떻게 사진을 입수했단 말인가?
“최소한 재석 씨에게 말해줄 것이 하나 생기긴 했군요.” 사장이 위로하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문이 막힌 듯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