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뜹니다. 알람을 듣고 깨는 일은 일 년에 한두 번 있기는 하지만, 알람을 켜두는 것은 마지막 안전장치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오랜 습관처럼 눈을 뜨고 가을이니까 춥지 않게 겉옷을 입고 풍요로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위해 신발을 신습니다. 이 시간은 이미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늦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젖은 머리를 말리고 머리카락 끝에 물기는 말랐지만 정수리 부분은 젖어있을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습니다.
낙엽이 지는 풍경을 본지는 조금 오래된 일상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셀 수 없는 나뭇잎들이 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듯하다고 말이죠. 며칠째 이 소리를 같은 장면으로 들으며 떠올려도 같은 소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낙엽은 한꺼번에 집니다. 진다는 표현보다 한 잎 한 잎 떨어지며 바닥에 몸을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하염없이 듣습니다. 이 소리를 녹음해서 듣는다면 기억 속의 소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음을 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은 소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의지는 처음부터 없는지도 모릅니다. 의지도 없이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그 기억이 무의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찾아내도 쓸모없는 기억들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