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별
무려 7년 3억 3천만 km 탐사 끝에 오시리스 렉스가 들고 온 위대한 결과물.
121g 돌 부스러기는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명의 정체성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이 샘플에서 DNA, RNA 재료인 핵 염기와 33종의 아미노산이 검출됐습니다. 발견된 아미노산 중 14종은 지구 생명체를 구성할 때 쓰일 수 있죠
이번 연구가 실제로 소행성의 생명체 재료가 있다는 게 밝혀진 연구입니다
인간은 아직 지구의 생명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답니다 열수분출공 생명 기원설이 중론으로 여겨졌던 건데요 소행성 베누 샘플을 분석한 이 논문으로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나 소행성이 지구 생명의 씨앗을 가져왔다는 유기물 외계 유입설이 급부상한 거죠
만약 생명이 지구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외계에서 시작되어 지구에 불시착했다 지구 입장에서 우리는 이방인인 동시에 모든 지구 생명은 과거 지구에 정착한 우주 생명으로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주 탐사는 원래 살고 있던 지구 밖을 나가는 탐험이 아니라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가 떠나온 고향을 찾는 여행이 될 텐데요 괜히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 걸까요
개의 생각
인간은 나를 먹여주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은 신이 분명하다.
고양이 생각
인간은 나를 먹여주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집에 사는 온몸이 털로 덮인 신은 밤새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잠을 자다가 아침이면 잠자는 노예의 손등을 핥아 일어나기를 재촉합니다. 그 까실거리는 분홍빛 작은 혀로 깨울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살아 있다면 모두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예는 부드러운 손길로 신의 이마를 쓰다듬은 뒤 이불을 개고 계단을 내려서며 물을 떠다 바치고 사료를 먹을 만큼 덜어줍니다.
그리곤 잠시 외출한 틈을 타 노예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있거나 물을 마시거나 밥을 먹습니다. 한 번도 원하는 사냥감을 사냥해 온 적이 없던 노예는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갈라진 자리마다 푸른 기운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 하늘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내자 검은 새 하나가 밋밋한 하늘을 채워주었습니다. 계속해서 배율을 맞추느라 조급해진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데 오늘은 점잖고 배려심 있는 새로 인해 제법 근사한 사진 한 장을 찍게 되었습니다.
나는 밤새 비를 맞은 곰보빵처럼 축축하고 기운이 없습니다. 다시 폭신하고 달콤해지려면 다시 태어나는 방법뿐이지만, 지난번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난감해하며 손사래를 치고 진지하게 사양의 의사를 표명하셨습니다.
때론 어머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때도 있습니다.
일요일 새벽은 생각보다 길고 제법 따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