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멧노랑나비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나…. 를 재워야…. 해 좀 더 재울 거야…. 알람이 울릴 때까지 눈을 뜨지 않을 거야 아직 장사 안 해요 안 팔아요.
이런 날엔 누군가 곁에서 머리를 쓸어 넘겨주거나 어깨를 다독이며 조금 더 자라고 말해주면 좋겠어 아직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고 나지막이 속삭여주면 좋겠어 부스스 눈을 뜨고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게 말야.
거기 비 오나요?
거기도 비가 오나요?
손으로 얼굴을 비빕니다. 물기 하나 없는 김밥용 김의 표면처럼 피곤이 바닥에 쌓입니다. 때론 손에 묻어나지 않는 피곤이 있습니다.
나비는 나비가 된 후 보통 20일 정도 날개를 씁니다. 소모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날개는 바람에 턱없이 쉽게 낡아져 더듬이를 빠르게 움직이며 대기를 더듬고 있지만, 더 이상 바람을 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가만히 날개를 오므리고 어딘가에 매달립니다. 매달린 곳에서 떨어지면 생은 끝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나비는 서리가 내리면 죽습니다. 대부분 날아다니는 곤충은 다 그렇지만요.
멧노랑나비의 분포지역엔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란 것은 수컷이구요 암컷은 특이하게 회색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즉시 체액을 배출해서 몸이 얼어버리는 것을 방지합니다. 그리고 피의 염도를 최고치로 올려서 끈적끈적하게 바꿉니다. 영하 30도의 강추위도 견딜 수 있습니다.
겨울 동안 잠을 자면서 최대한 체력소모를 줄입니다. 봄이 될 때까지 몸속에 저장된 지방층으로 근근이 살아갑니다. 피가 원활하게 돌기 시작하면 꿀을 찾아 열심히 날아다닙니다.
세번의 허물을 벗습니다. 새싹처럼 위장한 고치를 뚫고 비로서 성충이 됩니다. 봄부터 다음 해 초가을까지 서식지 안의 모든 꿀맛을 보면서 살아가는 거죠.
비가 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물방울이 동그란 등으로 유리 벽에 배를 붙이고 아래로 내려설 준비를 합니다. 빗방울은 아직 서로를 침범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밖으로 나갑니다.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음…. 비라고 하기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런 물건이 있다면 가령 거대한 분무기 말이죠. 한쪽으로 레버를 돌리면 직선으로 기다란 물줄기가 나오고 다른 쪽으로 돌리면 분무량은 안개처럼 쏟아져 살갗에 닿을 때마다 더 젖어들고 싶은 충동이 드는 그런 물건. 물론 얼마나 거대해야 할지 알 순 없지만 말이죠.
그런 분무량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로등이 켜진 푸른 기운의 아침을 지나칩니다.
가로등이 꺼지며 갑자기 어두워진 거리에 버려졌습니다.
이제 창밖으로 볼 수 있는 건 모두 가려져 있습니다. 가방 안의 우산을 만지작거려 봅니다.
빗방울 하나로도 피어날 수 있는 꽃이 있으니 그 많은 꽃을 하나도 남김없이 피어나게 해야 할 테니 비가 한없이 내리고 있는 것일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비가 내리는 화요일이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안경에 맺혀 있던 빗물로 자동차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불빛으로 무지개를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제법 행복하고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아마도 봄이 손등을 스치고 있기 때문이지도 모릅니다.
햇살이 떠오르자 비가 왔다는 건 거짓말 같습니다.
젖은 신발로 발등이 축축해집니다.
발등 위로 꽃이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멧노랑나비를 위하여
인간을 위하여
사진출처> pinterest